“공연 제발” 베로나가 간청했다…박씨네 편의점 아들의 출세

2025-09-11

김호정의 더클래식 in 유럽

인터뷰를 약속했던 성악가가 연락을 했다.

“아무래도 9월 5일에는 못 뵙겠어요. 그날 저녁 공연을 하게 돼서 계속 연습이네요.”

갑자기요?

“그날 원래 노래하려던 분이 못 온다고요. 제가 꼭 해야 한다네요. 네 번이나 거절했는데 더는 사양을 못 하겠어요.”

네 번의 거절 끝에 그가 오른 무대는 이탈리아 베로나의 그 유명한 아레나였다. 무려 서기 30년에 지어진 거대한 원형 경기장. 102년 전부터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오페라 축제에 전 세계 40만 명이 모여든다.

그는 이날 베로나 아레나 ‘나부코’의 나부코 역이었다. 전 세계 오페라 축제의 심장이자 상징과도 같은 이곳, 올해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타이틀 롤이다.

음악 애호가에게도 낯선 이 성악가의 이름은 박영준. 1990년생 바리톤이다. 강력한 왕 나부코는 병사들이 나팔을 불어주면 당당하게 등장한다. 키 185㎝에 140㎏인 박영준은 객석 1만5000석을 호령하기 적당한 체구였다. 타고난 거대한 목청도 그랬다.

시간을 몇 년만 앞으로 돌려본다. 박영준은 개인방송 채널에서 게임 방송을 하던 청년이었다. 단순히 대학에 가기 위해 성악을 선택했던 고3 학생이기도 했고, “네 노래는 쓰레기야”라는 말을 들었고, 돈을 아껴야 해서 이탈리아에서 한 번도 외식을 한 적이 없는 유학생이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자존심 센 이탈리아 오페라 축제는 왜 한국의 신인 성악가에게 노래 해달라 부탁을 네 번이나 한 걸까. 인터뷰는 ‘나부코’ 다음 날인 6일 아침으로 미뤄졌다.

어떻게 일어난 일인가요?

“처음에는 베로나 축제의 감독인 체칠리아 가스디아가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했어요. 2021년이었죠. 그때 합격한 거예요.”

아무에게나 오디션을 제의하지는 않겠죠.

“제가 4년 동안 콩쿠르를 37개 나갔거든요. 그중에 체칠리아가 심사위원으로 7번 나왔어요. 7번째 만나고서 오디션 오라고 하더라고요.”

‘헤헤’하고 웃는 모습이 둥글고 순하다. 다만 목청은 쩌렁쩌렁하다. 시끄러운 야외 카페에서도 그 목소리가 귀에 와서 꽂힌다. 바로 뒷자리에 붙어 앉아 있던 노인이 슬쩍 일어나 자리를 옮긴다.

콩쿠르 37개요? 무슨 생각이었어요?

“뭐, 남들보다 열심히.(웃음) 저는 시간이 없었어요. 더 이상 외국에서 돈만 쓰고 있을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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