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희토류 장애물 다 없어졌다"…韓 반도체·가전업계도 한숨 돌려

2025-1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부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른 뒤 한 말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세계 기술 시장을 흔들었던 희토류 공급 갈등을 완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직 양측 간 구체적인 합의 문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영향권에 있던 한국 반도체와 가전업계는 일단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중 양국은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1시간 40분간 회담을 갖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는 대신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문제는 단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사안이었다”라며 “이제 희토류 문제에 어떤 장애물도 남지 않았다. 당분간은 ‘희토류’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 말에서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韓 반도체 업계 “환영할 만한 소식”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중심에 선 한국 산업계는 이번 미·중 합의로 당분간 숨통이 트였다는 입장이다. 희토류 원소 일부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데 그간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리스크 자체가 줄어든 거라 업계에선 당연히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

이런 반응에는 최근까지 이어진 중국의 고강도 희토류 통제 조치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특히 지난 9일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하며 첨단 반도체 분야를 정조준하자 업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중국은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시스템반도체와 256단 이상 적층 메모리반도체, 이들 반도체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신청을 개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외신에선 이 조치가 삼성전자의 9세대 V낸드 메모리 칩, 엔비디아의 H100 AI 프로세서, 애플의 A18 프로 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칩 생산이 1~2개 분기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도체 장비업계의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 공급사인 ASML(네덜란드)은 중국의 희토류 규제 강화 이후 출하 지연 우려가 커졌지만, 이번 유예 결정으로 납기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TSMC·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가 모두 ASML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비 조달 지연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도 “리스크 줄어”…“추후 상황 봐야” 신중론도

가전업계 역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반응이다. 희토류는 반도체뿐 아니라 냉장고·세탁기 모터의 영구자석, 디스플레이의 형광체 제조 과정 등에 사용된다. 국내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가전에는 상대적으로 희토류가 들어가는 양이 많지 않고 보통 희토류를 직접 가공하기보다 이미 가공된 중국산 부품을 써왔기에 그간 공급망 불안에서 한 발 떨어져 있었다”라며 “그런데 이번에 중국이 ‘미량이라도 포함된 모든 제품을 제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불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어디까지 규제를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미·중 양측이 합의했다면 우리도 리스크가 줄어 이득”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은 만큼 실제 합의 내용이 이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은 장기적 이익이라는 ‘큰 계산’을 해야 하고,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평등·존중·호혜의 원칙에 따라 계속 대화할 수 있으며, 문제 목록은 줄이고 협력 목록은 늘려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의 중국 내 공급 문제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랙웰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엔비디아와 다른 기업들과 (중국 내) 칩 공급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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