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주의와 연결된 ‘브로들’
NFL 출신 맥아피 대표적 인물
막말·욕설·루머로 논란 키워

미국 스포츠 미디어의 중심에서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전통적인 스포츠 기자도, 팀 해설자도 아니다. 영국 ‘가디언’은 17일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거칠고 도발적인 화법으로 남성 팬층을 장악한 이른바 ‘스포츠 브로(sports bro)’들”이라며 “대표 주자는 ESPN 진행자 팻 맥아피”라고 밝혔다.
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출신인 맥아피(사진)는 막말과 욕설, 성차별적 농담, 확인되지 않은 루머 유포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한 10대 대학생의 성생활에 대한 루머를 생방송 중 언급해 해당 학생이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가디언은 “그럼에도 ESPN은 맥아피를 핵심 자산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논란이 오히려 영향력을 키우는 연료가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맥아피를 포함한 이른바 스포츠 브로들은 트럼프주의와 연결된 남성 문화권의 확장판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정치 이야기를 직접 하진 않지만 군대 숭배, 반페미니즘, 도박 미화 등 정서를 담은 콘텐츠로 미국 젊은 남성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는 맥아피 외에도 바스툴 스포츠의 데이브 포트노이, NFL 출신 팟캐스터 윌 컴프턴과 테일러 르완 등이 있다. 이들은 가십, 막말, 여성 비하 발언을 앞세워 주류 스포츠 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동시에 지배하며, ‘검열 없는 남성성’의 대표 얼굴들로 자리 잡았다.
가디언은 “한때 ESPN 진행자였던 제멜 힐, 보마니 존스 같은 진보 성향의 스포츠 언론인은 주류에서 밀려났다”며 “현재 스포츠 방송에서 좌파 목소리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스포츠 팟캐스트 출연으로 대중과 접점을 시도하지만, 진정성 없는 ‘기획성 등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중 바스툴과 UFC 관련 팟캐스트에 등장해 스포츠와 친밀한 이미지를 강조하며 젊은 남성층의 지지를 끌어냈다. 두 번째 임기 중에는 슈퍼볼 VIP로 초대되는 등 미국 스포츠계 전반의 우호적 분위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가디언은 진보 진영이 스포츠 브로 문화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거칠고, 솔직하고, 인간적인 말투로 스포츠를 말하면서도, 증오와 차별은 배제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스포츠는 본래 계급, 젠더, 인종, 자본 권력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공간이며, 진보 진영은 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스포츠는 단지 게임이 아니라 문화정치의 전장이 됐다. 정치색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정서를 형성하고, 우파적 가치관을 주입하는 데 성공한 미국 스포츠 브로들에 맞서 진보 진영 역시 그 무대 위에 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