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CCTV 있지만 영상 흐려 판독 불가
민족문제연구소 "지자체 예산 부족 호소⋯복원 비용 마련 막막"

친일 잔재를 알리기 위해 설치된 이두황 단죄비가 차량이 들이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파손된 가운데, 복원 절차가 깜깜하다.
운전자를 찾아내 복원비용을 청구해야 하지만 인근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성능이 떨어져 사고차량 특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예산 지원 또한 현재로써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5일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로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기린봉 입구에 세워진 이두황 단죄비가 차량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들이받혀 심하게 파손됐다. 인근에는 2016년 설치 당시 전주시가 설치한 방범용 CCTV가 있지만 사고 당시 촬영된 영상은 화질 저하 등의 문제로 사고 시간조차 판별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완산경찰서 관계자는 “바로 앞에 CCTV가 있지만 녹화된 영상이 흐려 번호판 숫자 판독이 안된다”며 “현재로서는 명확한 사고 시간도 확인이 안된다. 조금 더 멀리 있는 CCTV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두황 단죄비는 지난 2016년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가 친일파 이두황의 묘소 인근에 그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설치했다. 설치 당시 전주시는 이두황 단죄비 바로 옆에 이두황 단죄비 표시판을 설치하고, 파손 우려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
이두황(1858~1916)은 동학농민군을 무참히 살해했으며,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을미사변) 당시에 훈련대 1대대장으로 우범선, 이진호, 이주회와 함께 국모를 살해하는 범죄행각을 벌였다. 또 1908년에는 전라북도 관찰사에 임명돼 이른바 일본의 ‘남한 대토벌’로 불리던 호남지역 의병운동을 초토화하는데 앞장섰다. 1910년부터 6년 동안 전라북도 도장관으로 재직하며 일제의 토지수탈에도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시 관계자는 “CCTV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영상이 흐려진 부분이 있어서 올해 교체대상이었다”며 “어제(4일) 새 CCTV로 교체를 완료한 상태다. 교체 시기에 사고가 발생해 저희도 아쉬운 상황이다. 단죄비를 다시 세우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 김재호 지부장은 “복원 관련해서 지자체와 이야기를 해봤지만 현재로써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전북에 친일잔재 청산 조례가 있지만 청산에 대한 지자체들의 관심이 너무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이두황 #CCTV #파손 #범인 #검거 #복원 #절차 #깜깜 #친일파 #만행 #교체
김경수 kks4483@naver.com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