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지지율 하락세를 겪는 영국 총리가 보안상 이유로 정부 기기에서 금지된 중국의 소셜영상플랫폼 틱톡(TikTok)까지 동원해 민심 수습에 나섰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권이 다양한 디지털 소통창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스타머는 “안녕 틱톡(Hi, TikTok)”이라는 글과 함께 틱톡 계정 신설을 알렸다. 첫 게시물은 부인과 함께 참석한 다우닝가 10번지의 크리스마스 조명 점등식 일부분을 담은 영상이었다. 이 밖에도 스타머가 전용기에 탑승해 창밖을 본다든가 아침에 넥타이를 손에 쥔 채 출근하는 모습 등 평소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총리의 일상 밀착형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총리 관저에 도착해 그를 포옹하거나 최근 영국에서 인기 상승세인 영국개혁당의 창시자 나이절 패라지의 인종차별 과거사를 비판하는 모습이 담긴 정치적인 영상들도 게시됐다. 11일 기준 계정은 3만 5600명의 팔로워와 13만7300명의 '좋아요'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 어린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은 스타머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조회수 100만 뷰를 넘으며 전체 게시물 7개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틱톡이 영국 정부 기기에서 사용이 금지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영국은 지난 2023년 틱톡의 중국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와 관련한 데이터 보안 우려가 발생하면서 정부용 장비에서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 본인이 틱톡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안에 대한 우려가 영국 내부에서 나오자 총리실 대변인은 “총리 계정 운영을 위한 보안 조치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 스타머 역시 “정부 기기 대부분에서의 사용 제한은 그대로 유지되며 보안 정책에도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스타머의 틱톡 사용 배경엔 최근 지속되는 현 정권의 지지율 하락세가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타머와 정부가 지속한 인기도 하락 속에 유권자들과 더 직접 소통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 1일 발표된 유고브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총리로서 일을 잘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76%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긍정 평가는 15%에 그쳤다. 이는 정권 초기였던 지난해 9월(부정 43%, 긍정 36%)과 비교하면 부정 평가가 22%포인트나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스타머는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최근 기자회견에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소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정부의 아동 빈곤 대책 등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섭스택(Substack)’을 개설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