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하면서 아름다운, 세계의 숨결을 담았던

2025-11-01

“죽음은 모든 것을 끝내며 따라서 포괄적인 결론이다.”

살아생전에 작가로서 돈을 잘 벌었던 서머싯 몸은 그의 소설 <면도날>에서 부나 명예, 그리고 행복한 결혼이 아닌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달과 6펜스>에서도 마찬가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던 폴 고갱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그림에 미쳐 타히티 섬으로 잠적한 실존적인 화가에 대한 소설적인 이야기. 문든병에 걸린 주인공은 앞이 안 보이고 육체가 썩어가며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는 순간에도 손에 붓을 놓지 않았는데....

2년 전 세상을 떠난 네덜란드 사진가 어윈 올라프도 그런 예술가였다. 그는 호흡이 점점 힘들어지는 대표적인 폐 질환인 폐기종을 앓았다. 하지만 지병은 삶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건강한 사람도 위축됐던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도 어윈 올라프는 도시가 셧다운 되기 전의 상황을 일기처럼 사진에 담은 역작 <2020 만우절(April pool 2020)>을 남겨 놓았다.

역병은 사라졌다. 서로의 숨결에 위안을 받는 세상이 다시 도래한 것. 그러나 어윈 올라프의 폐는 그렇지 못했다. 맑은 공기조차 들이마시고 내쉬기 힘들었던 그는 끝내 타인의 폐를 이식해야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단계에 도래한 것. 2023년 대수술을 앞둔 올라프는 죽음의 기로에 선 자신을 한 쌍의 자화상으로 사진 찍기로 다짐했다. 하나는 수술을 마친 주치의가 자신의 제거된 폐를 양손에 들고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수술 후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은 실현되지 못했다. 올라프가 남긴 말은 이렇다. “내 삶의 본질적 일부에 대한 이별의 초상이다.”

암스테르담 시립 현대미술관 스테델릭은 어윈 올라프(Erwin Olaf, 1959–2023)의 타계 이후 그의 첫 회고전 《Erwin Olaf – Freedom》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자유”를 주제로, 그의 초기 흑백 보도사진부터 연출사진, 영상, 조각, 설치, 개인 아카이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업 세계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폐 이식 수술을 앞두고 제작된 미완의 영상 작품〈For Life〉(2023)와 자신의 제거된 폐를 소재로 작업한 사진 작 〈Self-Portrait 01〉(2023)이 처음 공개된다. 2026년 3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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