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둔 서울 SK 나이츠가 ‘스몰 라인업’ 승부수를 띄운다. 1차전을 홈에서 내준 SK가 시리즈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속도전을 택한 전략이다.
전희철 SK 감독은 7일 2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스몰 라인업은 김선형의 체력 안배를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에이스 가드 김선형(35)이 SK 빠른 농구의 엔진이지만, 과도한 출전 시간으로 지칠 경우 특유의 폭발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다소 밀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속도와 주력 선수들의 체력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스몰 라인업’이란 높이가 있는 장신 선수 대신 작은 선수들을 기용해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는 전술이다. SK는 높이를 포기하는 대신 빠른 공수 전환으로 LG의 수비를 흔들고, 김선형에게 쉴 틈을 주어 후반까지 힘을 유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SK는 정규리그에서 ‘속공 농구’로 이름날 만큼 빠른 공격 전개를 앞세웠지만, 정작 챔프전 1차전에선 제 속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LG의 끈끈한 수비에 막혀 SK의 속공 득점은 고작 한 차례에 그쳤고, 팀 득점도 66점에 머물렀다. SK 특유의 후반 뒷심도 나오지 않았고, 결국 75-66으로 패하며 시리즈 열세에 몰렸다.

LG의 ‘철통 수비’와 외국인 선수 아셈 마레이의 존재는 2차전에서도 변수다. 1차전에서 SK 주포 자밀 워니는 21점 13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마레이(19점 14리바운드)를 앞세운 LG의 골밑 공략에 다소 제약을 받았다. SK 공격의 핵심 축인 워니에게 마레이의 수비 부담이 큰 만큼, SK는 스몰 라인업을 통해 외곽 지원을 늘리고 공간을 벌려주는 방식으로 워니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전희철 감독은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도 “저는 바뀌는 것 없습니다. 워니 고(GO)입니다”라고 말하며 ‘워니 중심’ 공격 철학을 분명히 했다. SK는 ‘워니 GO’라 불리는 워니 위주의 공격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김선형과 안영준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을 더 끌어내 상대의 수비 집중을 분산시키겠다는 각오다. SK는 특히 정규시즌 내내 ‘약속의 4쿼터’를 펼치며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인 팀인 만큼,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 2차전에서도 끝까지 스퍼트를 끌어올릴 태세다.
한편 창원 LG는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실점이 가장 적은(평균 73.6점)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한다. 11년 만에 챔프전에 오른 LG로서는 원정 2연승으로 기세를 굳히겠다는 심산이다. LG는 높이와 수비에서의 강점을 앞세워 SK의 속공 속도전을 저지하고,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지켜 2차전마저 가져오겠다는 각오다.
결국 2차전은 SK에게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다. 홈에서 연달아 패하면 자칫 시리즈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는 만큼, SK는 사활을 걸고 속도전 승부수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