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스터리·스릴러 소설 속으로 피서를 떠나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오싹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데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어 완독 성취감이 높은 점도 독자들이 찾는 이유로 꼽힌다.
3일 예스24에 따르면 미스터리·추리 분야 도서 판매량은 최근 몇 달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월 들어 이 분야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71.6% 급증했다. 앞서 5월에는 전월 대비 25.1%, 6월에는 20.3% 증가했다. 예스24 관계자는 “본격 스릴러의 계절을 맞아 신간 출간과 서점가 마케팅이 맞물리며 판매량이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폭염과 함께 찾아온 열풍의 중심에는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7월 4주차(7월 21~28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그의 신작 ‘가공범’이 1위를 차지했다. 과거 나왔던 그의 단편집을 복간한 ‘장미와 나이프’도 15위에 올랐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 팬층도 두터운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름철 ‘흥행 보증수표’다. 지난해 7월에도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발간돼 당시 소설 부문 주간 판매 1위(예스24 기준)를 2주 연속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가 지금까지 펴낸 단행본만 104권에 달하며 국내 여러 출판사들이 그의 작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그의 최신작 ‘가공범’은 평범하지만 성실한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유명 부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진범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단서를 모으는 주인공의 추리를 따라가다보면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단숨에 읽힌다.
유튜브 괴담 채널 ‘돌비공포라디오’가 내놓은 ‘돌비공포라디오 더 레드’도 최근 판매량이 늘고 있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채널에서 소개한 다양한 실화 괴담, 범죄 사연 등을 엮은 책으로 무당에게 버림받은 아이, 폐가에서 춤추는 여자 등 오싹한 사연들이 담겨 있다.
다양한 해외 작가들의 미스터리·스릴러 신작도 여름철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예스24가 집계한 7월 24~30일 미스터리·추리 분야 순위 10위권에는 홍콩 출신 찬호께이의 ‘고독한 용의자’, 일본 미쓰다 신조의 ‘우중 괴담’, 제이슨 르쿨락의 ‘히든 픽처스’ 등이 포함돼 있다. 한때 북유럽 추리소설이 강세였던 국내 시장은 최근 아시아권 작품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찬호께이는 홍콩 사회를 배경으로 한 사회파 추리소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작품들 중에서는 SF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작품들이 인기다. 문목하의 ‘돌이킬 수 있는’,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가 사랑을 받고 있다.
출판사들도 ‘여름 공포 특수’를 겨냥해 장르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민음사의 장르 전문 브랜드인 황금가지는 매년 여름 스티븐 킹의 대표작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1947년생인 스티븐 킹은 여전히 왕성한 필력으로 매년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홀리’와 ‘캐리’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단편집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를 지난달 25일 출간했다. 총 12편이 수록된 신간은 미국 출간 즉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북다의 이경주 편집자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몰입감이 뛰어나 휴가지에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어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철에 특히 사랑받는 장르”라며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페이지 터너’여서 완독이 주는 쾌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