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보다 돈 4배 더 들어도 해외가죠"…국내엔 없는 '이것' 때문이라는데

2025-10-26

"국내도 비싸고 뭐 볼 것도 없는데 보태서 해외나 갈까?"

지방 여행을 계획할 때 흔히 들리는 말이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가 전부라는 농담처럼 국내 관광지가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인천공항이 매년 역대 최대 출국자 수를 기록하며 하늘길이 붐비는 지금, 국내여행의 돌파구가 절실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불황에도 해외여행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 출국자는 1456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1501만 명)에 근접했다. 1인당 해외여행 지출액도 971달러(한화 약 140만 원)로 지난해(925달러)보다 늘었다.

야놀자리서치는 급증하는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려면 국내여행을 '기능적 소비'에서 '경험적 소비'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보고서 '해외여행의 동기와 국내여행 재도약 방안: 한국인의 여행 심리를 중심으로'를 통해 한국인의 여행 선택 심리를 분석하고 국내여행의 '경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대 이하의 해외여행 선호도는 48.3%로 국내여행(28.6%)보다 1.7배 높았고 30대 역시 해외여행(45.9%)이 국내여행(33.8%)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50대(42.7%)와 60대 이상(42.4%)은 국내여행을 더 선호했다.

국내여행의 낮은 가치 인식은 지불 의향에서도 나타났다. 해외여행 경험자 7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절반 이상이 "향후 해외 대신 국내여행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지만 지불 의향은 해외여행 지출액의 30~50%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금액을 쓰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실제로 1회 평균 지출액은 해외여행 약 198만 원, 국내여행 약 54만 원으로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가격 대비 가치에 대한 불신이 드러난 셈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새롭고 이색적인 경험'(39.1%), '다양한 볼거리'(28.1%) 등 경험적 가치가 중심이었다. '일상 탈출의 느낌'(5.5점), '새로운 문화 접촉'(5.4점) 등 경험 요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국내여행의 이유는 '시간·비용 부담이 적어서'(32.8%), '이동이 간편해서'(30.1%) 등 편의 중심의 기능적 요인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여행에 대한 불신 요인으로는 '숙박(69%)·식음료(41%) 등 관광 물가 부담'과 '특색 있는 콘텐츠 부족'(28.2%), 특정 지역에 관광 수요가 몰려 혼잡과 물가 상승이 반복되는 '관광 집중화 악순환'이 꼽혔다.

이에 야놀자리서치는 △지역의 역사·인물·문화를 엮은 로컬 스토리텔링 강화 △미식·예술·웰니스 등 테마 중심의 프리미엄 여행 개발 △폐산업시설·구도심 등 잊힌 공간의 재생 관광 거점화를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대규모 투자 없이 지역 자산을 활용해 새로움과 희소성을 부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문화에도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야놀자리서치 원장 장수청 퍼듀대학교 교수는 "전략의 핵심은 국내여행을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기능적 소비에서 경험적 투자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의 창의성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공은 교통 인프라 연결과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이를 뒷받침하며 공정가격 인증 제도 도입 등으로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실행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문화유산과 독보적인 K-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관광 경험의 가치를 재설계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국내여행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