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초특가" 거들떠도 안 본다…'이것'에 돈 쓰는 엄마들 [비크닉]

2025-10-25

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능동적인 삶과 여행에 열린 ‘액티브 시니어’.

최근 여가나 자기 계발에 적극적인 중장년층을 일컫는 ‘액티브 시니어’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이들은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선택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는 계층으로, 특히 55~69세 연령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LG경영연구원 보고서). 지난해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들은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게 됐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50대는 약 870만 명, 60대는 약 78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2.3%에 달합니다. 2029년엔 55~69세의 인구 비중이 정점을 찍으며 향후 30년 동안 주요한 소비 집단으로 영향을 미칠 예정이고요.

그럼 이들이 가장 지갑을 많이 여는 분야는 어디일까요. 2023년 BC카드 신금융연구소는 1순위로 ‘여행’ 분야로 꼽았어요. 같은 해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60세 이상 인구가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 ‘관광(64.2%)’을 꼽았죠. 여행 업계에선 자녀 입시나 양육을 끝낸 시니어 세대가 여행이나 문화생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풀이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큰손으로 부상한 고객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중장년 고객층이 탄탄한 참좋은여행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10위권 밖 여행사였는데요. 5060 세대를 집중 공략하면서 소비자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올해 상반기 종합여행사 선호도에서 노랑풍선과 공동 3위를 기록했어요. 매출액 역시 지난 2022년 136억원에서 2024년 808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만 26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20억원을 일찌감치 추월했습니다.

‘골라 가는 재미’ 패키지여행의 진화

참좋은여행의 주요 고객은 ‘60대 이상 여성’입니다. 나이로 보면, 밀레니엄·Z세대의 엄마 세대이자 앞서 언급한 액티브 시니어입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출발 승객 약 36만 명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전체의 57.7%가 50-60 세대입니다. 평균 성별을 보면 58.67%로 여성이 조금 더 높습니다. 이들 중 패키지여행 출발자는 약 25만명으로 69% 이상이나 차지합니다. 최근 패키지여행의 수요가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편리함을 택하는 고객들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뻔한 패키지 여행 상품을 두고 깐깐한 액티브 시니어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요. 참좋은여행 이상필 부장은 몇 가지 주요한 이유를 꼽았습니다. 그 첫 번째는 특화된 상품입니다. 지난 2020년 업체는 패키지여행의 빡빡한 일정 대신 휴식 시간을 늘리고 동선을 최소화한 ‘라르고(largo)’ 상품을 개발했어요. ‘매우 느리게’라는 뜻처럼 천천히 자신만의 템포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5060 세대의 호응을 이끌었죠. 또 에어텔(항공과 호텔만 예약하는 상품)을 비롯해 노팁·노옵션 상품으로 선택지를 늘리고, 골프·자전거 세계일주·트레킹·기차여행처럼 테마가 있는 여행 상품을 지속해서 발굴합니다. 과거 패키지와 달리 고를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남겨둔 거죠.

엄마는 가격 대신 감성 택했다

액티브 시니어 세대를 공략한 두 번째 무기는 ‘감성’입니다. 효도 여행, 실버, 시니어와 같이 나이가 드러나는 기준을 들이대는 순간, 고객은 등 돌리기 마련이죠. 게다가 지금 60대는 교육 수준이 높고,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모든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합니다. ‘땡처리’ ‘초특가’ 같은 최저가 같은 단어에 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이 상품을 선택하는 ‘한끗’이에요. 업체는 그래서 광고 카피를 바꿨습니다.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달아나기’ ‘딸이 만든 온천 여행’처럼 여행의 로망을 부르는 감성 멘트를 넣자 엄마들의 마음을 움직인 겁니다. 이 문구 하나가 혹시 손해 보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 대신 여행의 설렘만 전달하는 거죠.

고객 상담만큼은 챗봇 대신 사람이

액티브 시니어는 모바일과 디지털에 능숙한 엄지족입니다. 컴맹 소리 듣던 윗세대와는 현격히 다르죠. 실제 50대 이상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소통 창구는 ‘카카오톡’이라고 해요. 참좋은여행은 이 변화를 2013년부터 일찌감치 간파, 팩스로 받던 모든 예약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장씩 들어오는 서류를 확인하고, 전달하기 위해 전담 직원을 따로 배치했죠. 별다른 이벤트 없이도 카카오톡 친구는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메시지 오픈율은 약 70%, 실제 사이트로 유입되는 클릭률(CTR)은 13~15%에 달합니다. 카카오톡 비즈니스센터에서 성공 사례라 꼽는 평균 오픈율 60%, CTR을 7.8%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특이한 건 대다수 업무가 비대면이라도 고객 상담만큼은 사람이 한다는 원칙도 있습니다. 각 기업 서비스가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모습입니다. 업체는 “챗봇 도입보다 고객과 맞춤형 상담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이원화했다고 해요.

MZ세대·잘파세대보다 구매력 있는 액티브 시니어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양한 선택권을 주면서도, 효율만큼 감성을 자극하고, 빠르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것. 여행업계의 실험이 다른 분야에서는 얼마나, 어떻게 통할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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