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성과 미모를 다 갖춘 사람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지만, 그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방송인 안현모를 보며 처음 든 생각도 그랬다. 어떻게 저렇게 지성과 미모를 다 갖췄을까?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의 초라함을 떠올리기보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건강한 멘털을 유지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그에게 아쉬운 건 뭘까? 모든 걸 갖춘 안현모에게도 하느님은 패션 센스는 내려주지 않으신 것 같다. 보통 방송인이라면 검색만 해도 다양한 옷차림을 볼 수 있다. 팬들에겐 셀럽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한데 보통 못해도 베스트와 워스트의 비율이 50:50 정도이다. 안현모의 경우 그 비율이 20:80쯤 된다. 포털사이트를 조금만 검색해 봐도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 압도적으로 많다. 난 그게 모범생 특유의 프로페셔널리즘에 기반한다고 추측한다.
모범생 특유의 프로페셔널리즘이란,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히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어떤 일이든 혼자만 잘해서는 완성될 수 없고, 특히 방송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수다. 안현모 역시 스타일링을 맡은 전문가의 손길이 있었을 테지만, 여러 사진 속 그녀의 패션에서는 특유의 매력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흥미로운 것은 공식석상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오히려 그는 세련된 스타일링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안현모는 스커트를 활용한 하객룩의 정석을 보여준다. 오간자 원단처럼 보이는 진회색 블라우스에 A라인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검은색 스커트를 매치해 우아함을 살렸다. 구두 역시 검은색 하이힐을 매치해 안정적인 느낌을 선보였는데 그의 ‘패션 킥’은 헤어였다. 보통 하객룩은 80:20 법칙을 생각하면 좋다. 80%의 포멀함과 20%의 캐주얼함을 섞는 것이다. 안현모는 헤어에 20%의 캐주얼을 담았다.
회색과 검은색만으로 이루어진 룩은 자칫 무겁고 칙칙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현모는 헤어를 느슨하게 땋아 왼쪽 어깨 앞으로 내어 가벼움과 캐주얼함을 더했다. 누군가의 조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의 이런 스타일링을 칭찬하고 싶은 이유는 자신에게도, 또 결혼식장에서도 어울리는 패션이었다는 점이다. 약 1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하객 패션은 ‘너무 격식 있는 정장’에서 벗어나, 단정하고 깔끔하게만 입으면 충분하다는 흐름으로 변화해 왔다. 그러니 결혼식에 무엇을 입을지 고민이라면, 80:20의 법칙으로 3~4가지 아이템은 포멀하게, 1~2가지는 캐주얼하게 매칭해도 괜찮겠다.
안현모의 하객룩은 정석에 가깝지만, 여전히 모범적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아이템을 고른다는 건 튀지 않는다는 것이고, 튀지 않는 건 무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모범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모습이 가끔 보인다. 최근 미스지콜렉션에서 안현모는 브라톱에 바지와 재킷으로 섹시하면서도 중성적인 룩을 선보였다. 그는 반짝이 비즈의 브라톱에 겨울 소재 체크무늬 재킷과 바지를 매치했는데 워낙 모델 같은 피지컬이라 청초한 메이크업만 선택하지 않았다면 완벽에 가까운 스타일링이었다.
누구나 한 가지 아이덴티티만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다. 특정 직업이 가진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다른 자아를 잘 숨기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프리랜서로 전환한 후 끼를 발산하는 아나운서들을 보면 숨겨진 끼는 언젠가 드러나게 된다는 생각도 든다. 안현모 역시 다양한 패션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거다’ 하는 또 다른 패션 자아를 드러내진 못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일은 평생에 이어진다. 패션 자아도 마찬가지다. 안현모의 패션 탐색을 응원한다.
■이문연

작가 옷 경영 코치. 건강한 스타일과 옷 생활을 위한 개인 코칭을 진행하며 글도 쓴다. <주말엔 옷장 정리> <문제는 옷습관> <불혹, 옷에 지배받지 않고 나를 표현하는 법>을 썼다. 인스타그램 @ansyd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