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신블루칼라 시대’…욕실수리·가전청소 인력 수요 2배 껑충

2025-09-02

인공지능(AI) 서비스의 확산으로 고용시장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미 직무 아웃소싱 시장에서 생성형 AI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개발이나 번역 전문가에 대한 직무 수요는 지난 2년 간 많게는 3분의 1토막 난 반면 가전이나 수도 유지보수 기술자 등 AI의 노출도가 낮은 블루칼라 직무 수요는 오히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에 대한 노출이 적거나 대체가 어려운 블루칼라 직종이 AI 확산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문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직무 아웃소싱 플랫폼 숨고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라앉고 생성형 AI 서비스가 본격화된 시점인 2023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2년 간 영어 번역가에 대한 외주 고용 수요가 68% 감소했다. 통·번역가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대체하기 쉬운 직업 1위로 꼽은 직종이다. 번역가 외에 로고 디자인 직무 수요도 같은 기간 35% 감소했다. 이 밖에 안드로이드 앱 개발 직무 수요도 22% 쪼그라들었다.

반면 방문 중심 블루칼라 업무 증가 수요는 증가세가 뚜렷했다. 에어컨 설치 및 수리기사 수요는 같은 기간 95.3% 급증했으며 CCTV 설치 기사는 76.4%, 수도 관련 설치 및 수리는 69.4%의 수요 상승률을 보였다. 세탁기청소(103.5%)나 가정이사 인력(124.2%) 이용은 2배 이상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는 숨고 내 직군별 연간 성장률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블루칼라 직군이 포함된 설치수리(38%)와 인테리어(30%), 이사·청소(30%) 직군은 2023년 대비 지난해 성장률이 30% 대를 웃돈 반면 디자인과 개발, 마케팅, 문서작성 등 화이트칼라에 대한 외주 부문 성장률은 4%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현장 기술자 수요가 뛴 원인이 일차적으로는 1인 가구 확산으로 인한 가구수 증가 추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2093만 가구였던 국내 가구수는 지난해 말 2229만 가구로 약 136만 가구 늘었다.

다만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직무 수요의 명암을 가른 것은 무엇보다 AI에 대한 직무 노출도와 학습 용이성의 차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김해성 숨고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집수리나 에어컨 수리 등 가정이나 매장을 방문해 수행하는 직무의 경우 집의 구조나 배치·연결방식 등이 제각각이라 표준화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이런 점에서 AI가 확산되더라도 홈앤리빙 분야 기술 인력의 경우 계속해서 고객들의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리 말하면 사무직군의 경우 이미지나 외국어 텍스트, 코딩 등 생성형AI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학습 데이터가 충분한 직무가 많아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직군에 따른 AI의 영향은 스탠포드대학이 지난 26일 발간한 AI 논문에서도 드러났다. 스탠포드 대학은 AI에 대한 노출 정도가 높고 직접 대체될 수 있는 대표 직군으로 △고객서비스담당자 △소프트웨어개발자 △사무보조 △재무관리자 △회계사 등 화이트칼라 직무를 주로 꼽았다. 반면 AI 노출이 적은 동시에 AI가 직무를 대체하지 않고 증강시키는 직업으로 △요리사 △용접·납땜 △일반 유지보수 기술자 등 블루칼라 직군을 주로 제시했다. 블루칼라 직업 중에서 간병사나 운전기사, 객실청소부 등은 AI가 직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분야지만 노출 정도가 낮아 현재로서는 AI의 영향이 낮은 직군으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다만 AI에 대한 노출이 많은 직무라고 해도 근로자가 자신 만의 업무 노하우를 갖출 경우 단순 대체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스탠포드대 연구에 따르면 2022년 말부터 2025년 7월 사이에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에서 22~25세 젊은 층의 고용은 6% 감소한 반면 나이 많은 노동자들은 같은 직군에서 오히려 6~9%의 고용 증가가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AI분야 석학인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나이 든 근로자들은 경험을 통해 실무 노하우를 배우기 때문에 암묵적 지식이 풍부하고 그 노하우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들은 대형언어모델(LLM) 에는 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I에 의해 대체되는 경우가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테크업계에선 블루칼라 직업도 시간이 갈수록 AI의 영향이 이분화될 것으로 본다. AI에 로봇을 결합한 피지컬AI가 등장할 경우 AI에 노출되고 학습할 수 있는 현장 직무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최근 AI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 연구가 활발한 스마트팩토리나 물류, 창고 부문에서 AI가 인간과 직무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현장 일이라도 동일한 장소에서 표준화된 작업을 하는 환경일 수록 AI의 영향력은 커지게 되고 홈앤리빙 분야처럼 작업 환경이 매번 바뀐다면 AI의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세세한 현장 노하우를 AI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 지가 직무 대체냐, 증강이냐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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