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카약 선수가 온라인에서 만난 여성과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죽음을 가장해 경찰에 체포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 등에 따르면 그린 레이크 카운티 법원은 지난해 죽음을 가장하고 해외로 도피해 사기 혐의를 받는 라이언 보르가르트(45)에게 실종 기간과 같은 89일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8월 12일 발생했다. 카약선수인 보르가르트가 그린 호수에서 낚시 여행을 나섰다가 갑자기 실종된 사건이다. 현장에는 그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구명 조끼, 전복된 배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배가 뒤집혀 실종된 것으로 추정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잠수부를 투입해 호수를 샅샅이 수색했다. 무인 잠수정까지 투입된 수색 작업이 약 2개월 간 진행됐지만 호수 어디에서도 그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 89일째, 뜻밖의 장소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했다. 보르가르트가 실종 이틀 뒤, 캐나다 법 집행 기관에서 새 여권을 발급받아 해외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록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그가 실종 전 거액의 생명 보험을 가입하고 외국 은행 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권을 재발급 받은 뒤에는 정관 절제술을 되돌리는 수술도 받았다. 실종 당일에는 브라우저 검색 기록을 지우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일부러 시신이 가라앉을만한 수심 30m 이상의 그린 호수를 범행 장소로 고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내와 22년간 결혼생활을 보낸 보르가르트가 아내는 물론 세 자녀마저 뒤로하고 자신의 죽음을 가장한 이유는 온라인에서 만난 여성 때문이었다.
그는 캐나다에서 여권을 만들고 동유럽 국가인 조지아로 이동해 온라인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과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여성이 11월 당국에 신고하면서 그의 소재가 파악됐다.
보르가르트는 법 집행 방해 혐의를 받았지만, 경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가 불가능했다. 다만 가족과 경찰의 설득으로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초 검찰은 보르가르트에게 징역 45일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그가 실종을 가장한 기간인 89일과 동일한 징역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수색 활동과 관련된 비용 3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내는 실종 4개월 만에 돌아온 보르가르트와 이혼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