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파워맨 47인

미·중 정상회담 나흘 전인 지난달 26일 스캇 베센트(63) 미국 재무장관이 TV 시사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말했다. ABC뉴스의 '디스위크' 진행자 마사 래대츠가 중국의 대두 수입 중단으로 농가가 고통받고 있다면서 미·중 관세 협상 진척 상황을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에 자산 규모가 6억 달러(약 8600억원)로 추산되는 베센트 재무장관이 자신도 콩 농사를 짓기 때문에 미·중 관세전쟁으로 인한 농부의 고통을 안다는 고백은, 생경했다.
사실은 이렇다. 베센트는 노스다코타주에 수천 에이커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를 콩과 옥수수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정부에 신고한 내역에 따르면 농지 가치는 최대 2500만 달러(약 360억원)이며, 임대료 수익은 연간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원)다.
노스다코타주 농가들은 대두와 옥수수를 재배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힌 농가는 콩값 하락으로 인한 소득 감소, 높은 대출 이자 등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백만장자 지주인 베센트가 파산 위기에 내몰린 농가와 같은 선상에서 한 말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베센트는 TV에 약하다. 떨리는 목소리, 느린 말투는 메시지 전달력을 떨어뜨린다. 화면 잘 받는 준수한 외모도 이런 생뚱맞은 발언 앞에선 실력 발휘를 못 한다. 트럼프는 TV에 강한 참모를 좋아한다. 속사포 같은 말투로 무장한 'MAGA 전사'들이 트럼프 내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데, 베센트는 예외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베센트를 신뢰하고 아낀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도 거론했다. 관세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베센트에게 맡겼다.

트럼프는 지난달 말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언론 브리핑을 할 때도 "어디 있나요"라며 베센트 장관을 찾았다. 그를 발견하고는 "바로 여기 있네요, 내 뒤에 있는 잘 생긴 남자(handsome guy)"라며 미소 지었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보기에는 튀는 사람이다. 민주당 고액 기부자이자 진보 성향 억만장자 투자자 겸 자선사업가인 조지 소로스 밑에서 오래 일했다. 소로스로부터 헤지펀드 일을 배웠고, 그의 투자를 받아 창업했다.
성 정체성은 게이다.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힌 사람 중 미국 최고위직 관료다. 2011년 뉴욕시 검사 출신 존 프리맨과 결혼해 대리모 출산을 통해 슬하에 남매를 뒀다. 베센트는 민주당 후원자이기도 했다. 2000년에는 앨 고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한 후원금 모금 만찬도 직접 개최했다.
비록 'TV 점수'에서 조금 깎이고, 문화적으로 MAGA 진영과 배치되더라도 트럼프의 신임을 받는 건 이를 만회하는 비장의 무기가 베센트에게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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