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최민희·김병주·장동혁 등 잇딴 눈물
“정치 양극화로 국민 전체 공감 얻는 시대 끝나”

최근 정치인들이 주요 국면에서 눈물을 보이는 ‘눈물 정치’가 빈번해졌지만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고 파급력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극단적인 진영 대립이 고착화한 정치 환경에서 정치인의 눈물은 한쪽 진영에만 감동을 주고 국민 전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눈물이 막말과 혐오 선동, 음모론처럼 특정 지지층의 감정을 자극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여러 정치인이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진행자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박광온 당시 원내대표 사퇴를 이끌어냈다’고 치켜세우자 눈물을 흘렸다.
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 기간 국회에서 진행한 딸 결혼식에서 피감기관으로부터 축의금과 화환을 받은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해명하다 눈물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과방위 국정감사를 마치면서 “논란의 씨가 없도록 좀 더 관리하지 못한 점이 매우 후회되고 아쉽다”고 사과하며 재차 눈물을 보였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재외국민 안전대책단 단장을 맡아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3명을 국내로 데려온 뒤 일각에서 범죄자를 구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해명하다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달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는 각오로 평생 살아왔고 이번에도 그런 절박한 심정으로 했다. 어떻게 ‘정치쇼’로 했겠느냐”고 눈물을 보였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스레드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난달 17일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다 눈물을 흘렸다고 적었다. 장 대표는 면회 다음날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이) 힘든 상황에서도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며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웁시다. 좌파 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라고 적었다.
지난 한 달간 여러 정치인이 눈물을 보였지만 일부 지지층만 호응했고 일각에선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이 나왔다. 과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일부 정치인들이 눈물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등 정치적 효과를 누렸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사례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정치인 눈물이 특정 지지층만을 향한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치인들의 눈물이 전체 국민의 정서적 공감을 얻거나 진정성을 호소하는 역할을 하는 건 이미 끝났다”며 “정치가 양쪽 진영 대결로 굳어지면서 정치인들의 눈물은 핵심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수단이 되고, 상대 진영에게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눈물이 정치인들이 비논리적 주장을 할 때 자기 지지층을 향해 감정적으로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도구가 됐다”며 “과거와 달리 진영을 넘어선 공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