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시그니엘서울 호텔 12층. 예약시간이 되자 벽면 한쪽에서 비밀의 문이 열렸다.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한옥을 모티브로 한 이곳은 롤스로이스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문을 연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이다.
“영국 본사와 두바이, 상하이, 뉴욕에 이어 네 번째로 만든 공간입니다.” 회색 양복 차림의 최원근 롤스로이스 매니저가 나와 오피스 곳곳을 소개했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차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여기엔 많아야 한 달에 세 분 정도 방문하시죠. 롤스로이스 고객 중에서도 선택받은 소수만 방문 초대장을 받을 수 있거든요.” 최 매니저의 말이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럭셔리카들의 한국 내 경쟁이 뜨겁다. 일반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 양복처럼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차량을 주문 제작하는 비스포크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한국에 이만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숫자’에서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바흐는 한국에서 1363대 팔렸는데 미국, 중국 판매량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벤틀리가 400대, 롤스로이스는 183대 판매됐다. 벤틀리의 글로벌 판매에서 한국은 2021년 세계 6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과 인구 대비 판매율로 보자면 한국은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시장이다.
1. 비밀의 방에서 탄생하는 럭셔리카
“제 이름 이니셜을 차 외장과 시트에 새겨 넣고 싶고요. 차량 색상은 서울의 노을처럼 강렬한 붉은색이면 좋겠어요.” 올해 초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을 찾은 한국인 가족 고객이 사무실 밖으로 보이는 창밖 노을을 바라보며 매니저들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