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럼프가…미 유일 ‘연구용 남극 쇄빙선’ 사라질 위기

2025-08-10

미 과학재단, 팔머호 임차 종료 결정

남극 현장 연구 능력 손상 가능성 커

현지 과학계 집단 성명…“재고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정부 기관에 대한 예산 삭감 정책으로 인해 미국 유일의 연구용 남극 쇄빙선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돈이 되지 않거나 기후변화와 연관된 과학 연구를 불필요한 일로 여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학이 만든 조치다. 미 과학계는 남극에 대한 연구 능력이 결정적으로 훼손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며 쇄빙선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187명의 미국 해양 과학자들은 최근 연구용 남극 쇄빙선 ‘나다니엘 B. 팔머’호의 임차를 종료하기로 한 미 국립과학재단(NSF) 지도부를 겨냥해 “결정을 재고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팔머호는 NSF가 1992년부터 자국 민간기업에서 임차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유일의 연구용 남극 쇄빙선이다. 선내에는 각종 과학 장비가 갖춰져 있다. 남극 해역의 해류와 수온, 염도 변화를 살피고 바다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등을 조사한다. 빙하 움직임과 면적을 파악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보도 얻는다.

두께 90㎝짜리 얼음을 깨면서 3노트(시속 5.5㎞)로 전진할 수 있다. 길이 94m에 6100t급 선체를 지녔으며, 최대 67명이 승선해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성명에서 과학자들은 “원격 장비를 통한 관측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남극에 직접 접근해 자연물을 채집하는 연구용 쇄빙선 고유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이 남극 해역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팔머호의 상실은 우려스럽다”며 “이번 결정으로 과학에 기여하던 미국의 역사가 쇠퇴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동안 팔머호에 대한 임차가 언제 끝날지는 정해진 바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어닥친 연방정부 기관에 대한 예산 삭감 압박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팔머호를 빌려서 운영하던 NSF가 올해 10월 임차 계약을 종료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이다.

지난 6월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환경보호청(EPA),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과학 분야 연방정부 기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삭감 정책에 반기를 드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에만 매달려 과학 발전을 도외시하는 정책에 대한 저항이다. 미국 의회의 내년 예산 심의가 다음달까지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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