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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더분쉬(Sonder Wunsch)’. ‘특별한 소원’이라는 뜻의 이 독일어 단어는 포르쉐의 최상위 맞춤형 제작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하다. 길게는 8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하나밖에 없는 차가 제작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같은 차는 한 대도 없다
16일(현지시간) 방문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쉐 본사 존더분쉬 매뉴팩처는 존더분쉬를 포함한 맞춤 제작 프로그램의 상담과 제작이 이뤄지는 곳이다. 여기저기서 고객의 주문을 받은 차량이 완성돼가고 있었다.
포르쉐를 대표하는 911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왔다. 제작 차량의 촬영이 금지돼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빠르게 눈으로 훑어보니 원래 알던 기본 911은 단 하나도 없었다. 흰 도화지에 스케치를 해놓은 듯한 911, 화려한 문양으로 뒤덮힌 911, 레이싱카처럼 색칠한 911 등 멀리서도 시선을 확 사로잡는 강렬한 외양을 뽐내며 포르쉐 전시장을 방불케했다.
1970년대 감성을 담아 한정 제작된 ‘911 스피릿 70’도 이곳에 전시돼 있었다. 역사적인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인 스포츠카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익스클루시브 올리브 네오 색상과 헤리티지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 장식, 파샤 패턴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디자인은 70년대의 감성을 담았지만 기능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행 911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541마력, 최대토크 62.2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고객이 ‘리더’… 팀과 공동 작업
세상에 없던 차를 새로 만드는 존더분쉬는 고객의 상상력을 최대한 세밀하게 구현하기 위해 일종의 공동 창작 체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원하는 차를 문의하면 존더분쉬팀이 콘셉트 단계에서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뒤 가능할 경우 고객과 협의를 통해 제작하는 절차다. 콘셉트 단계만 최대 1년이 걸리며 최종적으로 차를 받기까지 짧아도 3년, 길게는 8년까지 걸린다. 비용은 콘셉트 단계에서 최소 10만 유로(약 1억5600만원), 어떤 차를 만드느냐에 따라서 200만~5000만유로(약 31억3000만∼782억5000만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
고객은 자신의 차를 만드는 팀의 ‘프로젝트 리더’가 된다. 정식 사원증을 발급받고 포르쉐 사무실과 공장을 방문해 아이디어에서 디자인, 개발, 제작까지 참여하고 볼 수 있다.

칼 하인츠 볼츠 존더분쉬 디렉터는 993 스피드스터를 주문하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색상을 적용해 자신의 반려견 이름을 따 ‘오토 옐로’라는 이름으로 정한 고객의 사례를 언급했다. 헤드램프는 다른 모델인 마칸에 들어간 것을 적용하고, 사이드 미러는 요즘 차량의 규격에 맞지 않지만 인증을 따로 받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볼츠 디렉터는 “존더분쉬팀이 같이 작업을 한다면 디자인적인 것에 기대치가 높은 고객을 만족시켜줄 수 있다”며 “고객이 꿈을 꾸면 우리가 만들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명 중 9명은 개인화 옵션 선택
존더분쉬는 고객이 소유하고 있는 포르쉐 차량을 복원해 초기 출고 상태로 되돌린 뒤 원하는 대로 새롭게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단종된 클래식 차량을 원래 생산했던 시기의 사양에 따라 만들거나 최신 기술을 도입해 변화시킬 수도 있다. 레이싱카를 도로에서 사용하도록 만들거나 다른 차체 소재를 적용하는 등의 기술적 구조나 설계를 바꾸는 요청도 있었다.
볼츠 디렉터는 “(2000년대 단종된) 까레라 GT만 현재 10대 이상 제작 중”이라며 “완전히 연소돼 주행할 수 없는 차량도 복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쉐의 개인 맞춤형 주문은 존더분쉬 외에도 미리 준비해놓은 여러 옵션과 클래식 파츠 등을 자유롭게 선택해 조합할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가 있다. 1000개 이상의 선택지가 제공된다.
포르쉐 차량 구매자 90% 이상은 한개 이상의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옵션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옵션 매출은 2019년에서 2023년까지 4년 동안 2배로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7% 성장했다.
슈투트가르트=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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