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부터 스승의날까지, 마음 표현할 일이 유난히 많은 5월이면 꽃다발과 함께 빠지지 않는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케이크죠.
특히 요즘엔 디자인과 맛, 브랜드의 감성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음료와 함께 할 디저트로 승부를 보는 곳들이 늘어나면서죠. 대표 주자로는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케이크를 먹으러 카페에 간다’는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투썸은 빵집이 아닌데도 케이크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투썸에서 케이크는 커피에 곁들이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독립적인 존재감을 뽐냅니다.
국내 카페 시장이 저가와 고급 커피 브랜드로 양극화된 흐름 속에서 투썸은 케이크라는 무기로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어요. 그 결과 지난해엔 5200억원 매출과 3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죠. 투썸은 어떻게 커피를 넘어 디저트 전문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투썸의 상품마케팅팀으로부터 그 비결을 자세히 들어봤어요.

‘이름 있는 케이크’로 정체성을 만들다
사실 투썸이 처음부터 케이크 맛집으로 통했던 건 아닙니다. 2002년 서울 신촌에서 프리미엄 커피를 앞세운 브랜드였던 투썸은 2010년 뉴욕 치즈케이크 출시를 시작으로 디저트 시장에 뛰어듭니다. 그러다 2014년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2015년 ‘아박(아이스 박스)’같은 히트작을 연이어 내놓으며 존재감을 키웠죠.
투썸이 케이크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가 된 건 ‘이름 있는 케이크’ 전략이 통했다는 게 내부적인 분석이에요. 단순히 맛과 재료를 이름 속에 나열하는 대신, 케이크 하나하나에 개성 있는 이름을 부여하면서 제품의 성격과 감성을 집약했다는 겁니다.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은 ‘스초생’으로, 미국식 디저트인 아이스 박스는 ‘아박’이라는 이름을 주고, 여기에 각각 ‘이름 있는 케이크’ ‘떠먹는 케이크’라는 수식을 붙여 정체성을 만들었죠.

이름 전략은 투썸이 2023년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서 힌트를 얻어 탄생했다고 해요. 사람들이 투썸 케이크를 일반적인 ‘초코 케이크’ ‘딸기 케이크’가 아닌 ‘스초생’같은 고유명사로 기억한다는 점에 주목한 거죠. 이때 투썸은 제품명 자체가 브랜드 경험을 담는 역할을 하고, 소비자 기억 속에 단단히 자리 잡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대요.
한 편의 서사를 입힌 광고 마케팅
이름만 특별하다고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건 아닙니다. 투썸은 케이크마다 서사를 입혀 매번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었어요. 케이크 하나를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여기에 어울리는 모델과 연출, 영상미를 더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략을 세웠죠.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겨울에 진행한 스초생 캠페인입니다. 배우 임지연을 단독 모델로 섭외하고, 강렬한 영상과 스토리를 더하면서 ‘스초생’이라는 세 글자만을 강조했죠. 그 결과 스초생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60만 개 이상 팔렸고, 연말 홀케이크 판매량은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2024년엔 가수 비비를 내세워 ‘떠먹는 케이크’ 아박 캠페인을 전개했어요. 칼로 자르지 않고 숟가락으로 떠먹는 독특한 경험을 강조하며 새로운 디저트 문화를 제안했죠. 아박 영상은 공개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0만회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어요. 이후 투썸은 아박을 ‘딸기레어치즈’ ‘마스카포네 티라미수’ 등 ‘떠먹는’ 시리즈로 확장했죠. 아박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2020년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2000만개를 돌파했다고 해요.
이런 광고 마케팅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어요. 투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마케팅 시상식인 ‘2024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총 4관왕을 차지하며 디저트 마케팅의 기준을 새로 썼습니다.
이름과 서사 더한 ‘과일 생크림’ 전략
투썸은 현재 ‘생’ 시리즈로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겨울의 스초생처럼, 봄과 여름엔 ‘피치생’ ‘망고생’ 등 계절과 어울리는 과일을 활용한 생크림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죠. ‘생’이라는 이름엔 신선함은 물론, 투썸만의 생크림 비법이 담겼습니다. 자체 개발한 생크림 기술로 느끼함을 줄이고, 과일 본연의 특징은 살렸기 때문이에요. 금귤생엔 금귤액을 넣어 향긋함을 강조했고, 망고생엔 커스터드 크림을 더해 부드러운 식감을 드러내죠.

케이크 이름과 콘셉트에 ‘계절 서사’를 더한 것이 생 시리즈의 또 다른 특징입니다. 겨울의 스초생, 여름의 망고생처럼 말이죠. 특히 지난해 7월 출시한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 ‘피치생’은 복숭아 과육을 풍성하게 올린 비주얼로 만개한 꽃을 연상시키며 자연스럽게 봄을 떠올리게 합니다. 덕분에 출시 한 달 만에 스초생에 이어 홀케이크 판매량 2위에 오르며 새로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대요.
사실 피치생이라는 이름이 처음부터 붙었던 건 아닙니다. 출시 초기에는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사용하다가 지난달부터 피치생이라는 이름과 함께 서사를 입히는 마케팅 전략을 본격화했죠. 스초생과 아박 출시 수년 뒤에 정체성을 강화한 것처럼 피치생에도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입니다.

투썸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피어나는 케이크, 피치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피었습니다 복숭아 케이크가’라는 문구로 봄의 느낌을 극대화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배우 신예은을 모델로 한 영상에는 분홍빛 꽃비와 한국적인 미장센,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 등이 더해져 계절의 서사를 감각적으로 담았죠.
1년에 신제품만 50개…발 빠른 대응이 비결
이처럼 시즌마다 새로움을 제안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기획력과 조직력입니다. 투썸의 디저트 기획 및 개발엔 국내 특급 호텔과 프랑스·일본 해외 유명 제과 학교 출신 디저트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트렌드를 분석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비롯해 일본·미국·유럽 등 주요 디저트 트렌드를 매달 연구한대요. 신제품 하나를 내는데 평균 반년 이상 걸리지만, 지난해 기준 1년에 50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죠. 상품마케팅팀 관계자는 “디저트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다”며 “1~2년 주기로 바뀌는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시장보다 반 박자 빠른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디저트 맛집 넘어 ‘케이크의 정석’으로
이제 투썸은 단순한 디저트 맛집을 넘어 ‘케이크의 정석’이라 불릴 정도로 케이크 시장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케이크로 시즌 트렌드를 만들고 광고 캠페인마다 스토리를 입히면서 디저트를 단순한 식품이 아닌 하나의 콘텐트로 진화시켰죠.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 투썸은 케이크 하나에 계절을 담고 한 조각의 이야기를 녹이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주고 있어요. 이것이 ‘케이크=투썸’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이유 아닐까요. 올해 23주년을 맞이한 투썸은 다음 시즌에 또 어떤 이름의 케이크로 우리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