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일본과 미국 정부의 2차 관세 협상이 식량안보 이슈에 막혀 급제동이 걸렸다. 일본 자국 내의 쌀산업 보호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다. 관세 ‘협상’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상황 인식으로 나선 일본 정부가 협상카드인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수입하는 외국산 쌀 68만2000t중 미국산에 대해 7만t을 추가 할당하는 방안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농정의 새로운 지침이 될 ‘식료·농업·농촌 기본 계획’을 4월 각료 회의에서 결정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기본 계획엔 식량의 안정적 공급, 수출 촉진, 자연재해 복구·부흥 등 7가지 과제가 담겨 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논 활용 직접지불 교부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작물별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농수산물 및 식품 수출액을 2030년에는 5조엔(2024년 1.5조엔)까지 늘리고, 2030년 쌀 수출 목표를 2024년의 8배가 넘는 35만t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본 계획의 모태가 되는 ‘식료·농업·농촌 기본법’을 지난해 6월 25년 만에 개정했다. 개정된 기본법에선 ‘식량의 안정적 공급’ 표현을 ‘식량안보 확보’로 격상한 바 있다. 무엇보다 식량을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간주, 2030년까지 공급 칼로리 기준의 식량자급률을 45%(2023년 38%)로 올리고 생산액 기준 식량자급률도 69%(2023년 61%)로 높여가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식량안보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경지면적 축소와 쌀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 등 실패한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올들어 획기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과 농지 규제 완화 등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계획을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분명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지정학적 위험과 극한기후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 삼아 식량안보에 신중을 기하는 정부의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