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올해 10월 14일부터 비(非)미국산 자동차운반선에 대해 미 항구 입항 시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물류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수료는 1CEU(Car Equivalent Unit·선박의 차량 탑재 능력 단위)당 150달러(약 21만원)로, 일반적인 크기인 6500CEU급 자동차운반선은 미국에 입항 할 때마다 97만5000달러(13억6000만원)를 내야 한다.
조선·해운 시황 조사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자동차운반선은 770척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FT는 현재 미국산 자동차운반선은 세계에서 단 한 척뿐이라고 보도했다. 이 한 척을 뺀 769척이 수수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FT는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운송량은 약 2900만대인데, 그중 약 460만대가 미국으로 향했다”며 “자동차 운송업계는 연간 18억 달러(약 2조5100억원)의 수수료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운반선 97척(사선 35척, 용선 62척)을 운용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우려도 크다. 현대글로비스는 일본계 3사(NYK, MOL, K라인)와 유럽계 WW오션 등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1분기 매출 7조2234억원 가운데 자동차운송업 매출은 1조67억원으로 13.9%에 달한다. 특히 미국을 오가는 자동차운반선의 지난해 비중은 34%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 물량을 전담 운송하고 있는데, 수수료가 부과되면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 외 다른 완성차 업체와의 계약, 특히 중국 업체와의 장기 계약에 집중한다는 대책을 세웠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지커·리샹자동차 등 중국 업체가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상하이모터쇼에서 확인됐다. 개별 업체와 접촉 중”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단기 계약 위주인데, 1년 이상 중장기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약 641만대로 전년 대비 22.8% 늘었다. 주로 유럽, 중동, 동남아 수출량이 많다. 현대글로비스가 이 중 일부를 수주할 경우 미국의 자동차운반선 수수료 부과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다.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에서 출발하는 자동차운반선의 비중은 16.5%로 지난해 4분기(12%)보다 커졌다. 지난해 9월 현대글로비스와 중국 비야디(BYD)가 자동차운반선을 공동 활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장기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중국 완성차 업체는 그때그때 필요한 운송 물량만큼을 입찰하는 방식이라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중국 완성차업체도 자국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중국 해상운송회사와 다년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대글로비스의 계약 비중 확대는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