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간주도 성장을 내세웠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하기 전까지 가장 주력했던 분야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육성이었다.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후보들도 첨단 산업 육성으로 경제 강국, 초격차 국가, 과학기술 국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앞 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2003년부터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20년 넘도록 지원해온 기업부설연구소가 지난해 처음으로 연구소 수와 연구원 수 동시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대 인재들이 연봉이나 연구 조건이나 좋은 글로벌 빅테크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공대 인재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킨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선 표만 바라보고 내놓은 구호성 경제 발전용 공약만으로는 이러한 연구소·연구원 감소 추세를 뒤집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0대 공약 중 정책 1순위에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초 원천분야 연구·개발(R&D)의 안정적 투자 등 R&D 예산 확대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예산은 정부 재정 지출 구조 조정과 연간 총수입 증가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10대 공약 중 공약 순위 2번에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적시하고 차세대 AI 원천 기술 개발 지원, AI 유망 중소·벤처기업 등 발굴·육성, 글로벌 기업 참여 민관 합동펀드 100조 원 조성 등을 이행 방법으로 제시했다. 또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 직군 연봉 상향 추진, 과학기술인 공제회를 통한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고, 연구 몰입 환경 조성을 위해 5대 첨단기술 국제공동연구센터 구축과 성실한 실패 연구 성과 인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은 국비와 민간 투지 유치,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로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10대 공약 중 마지막 10번째 공약으로 ‘국가 과학 영웅 우대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 연구자 대상 연금 제도, 고학기술자 출입국 심사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을 제시하고, 재원은 기존 과학기술부 연구 포상 예산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선 후보들이 이처럼 기업 등 민간 첨단 연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았지만 현재 연구원 감소 추세를 역전 시킬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장 윤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국가첨단산업 단지 지정, 반도체 생태계 종합 지원 방안 마련,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 확대, 3대 게임체인저(AI·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기술 육성 예산 확대 등을 추진했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연구소나 연구원 수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부설연구소 수는 통계가 잡힌 2007년 1만 4975개에서 2년 만인 2009년에 2만 1785개로 2만 개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빠르게 늘어나 2014년에 3만 2167개로 3만 개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4만 399개로 4만 개도 넘어섰다. 그 후로도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4만 4811개로 4만 5000개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늘었다. 그러나 2023년에 4만 4086개로 소폭 줄더니 2024년에는 4만 1440개로 2646개 연구소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이 기간 중견기업의 기업부설연구소는 늘어난 데 반해 첨단산업 R&D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의 기업부설연구소가 2년 연속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대기업 기업부설연구소는 2022년 767개였으나 2023년 756개, 2024년 734개까지 줄어든 상태다.
매년 늘어나던 기업부설연구소 연구원 수도 연구소 감소 여파로 지난해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2007년 19만 3340명이었던 연구원 수는 2014년에 30만 2486명으로 3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 35만 9975면으로 35만 명을, 2023년에 41만 515명으로 40만 명 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지난해 40만 7884명으로 전년 대비 2671명 감소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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