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의존도 높은 인도, 중국에 '보복조치' 취할 여력 없어
美·印 협정 타결 임박,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에 對印 견제 수위 높인 것
FY25 대중 무역 적자 사상 최고치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애플 공급업체 폭스콘의 중국인 직원 철수를 지켜보며 인도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비료와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인도 제조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인도의 대중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비즈니스 투데이에 따르면, 인도 글로벌 투자 리서치 기업인 퍼스트 글로벌의 데비나 메라 회장은 일련의 조치가 인도의 제조업 강국 야심을 억제하고 주요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중국의 계산된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메라는 "중국은 희토류 광물 수출 제한부터 폭스콘 공장에서의 인력 철수에 이르기까지 인도를 압박하고 있다"며 인도의 대중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의 대중 무역 적자는 지난 15년간 세 배나 증가해 1000억 달러(약 136조 5100억원)를 넘어섰지만 인도의 대중 수출은 0%도 성장하지 못했다"며 "자동차·화학·제약 산업부터 통신·고속열차 같은 핵심 산업에 이르기까지 중국 원자재·장비·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스탠다드(BS)는 중국의 최근 조치가 무역 및 지정학적 관계로 인해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에 대한 일종의 '경고'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중 의존도를 고려할 때 인도가 중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여유가 없는 만큼 중국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중국의 움직임은 중국 정부가 공급망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고, 특히 신제품 생산 기술은 중국에 남겨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일 대만 폭스콘이 약 두 달 전부터 인도 공장의 중국인 엔지니어 및 기술자 대부분에 귀국을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300명 이상의 중국인 직원이 인도를 떠났고 현재 대만 출신 지원 인력만 인도에 남아 있다며, 폭스콘의 이번 조치는 중국 당국이 올해 초 규제 기관 및 지방 정부에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로 기술 인력이나 장비가 이전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한 것과 연관된 것일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애플이 2026년 말까지 미국 판매용 아이폰 전량을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고 특히 신제품 아이폰17을 인도 생산을 앞둔 가운데 중국인 엔지니어의 철수는 인도 내 아이폰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더할 수 있다.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고 가공의 9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자 지난 4월 초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수출을 재개했지만 인도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막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두 달 동안 인도에 대한 특수 비료 수출도 중단했다. 인도가 고효율 비료의 약 8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계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인도 수용성 비료 산업 협회의 라집 차크라보르티 회장은 "중국은 수년간 공급을 제한해 왔지만 지금은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다"며 "공식적으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지만 절차 지연과 중국 당국의 통관 문제로 사실상 수출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인도가 중국과 국경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 협정 타결에 다가선 것이 중국의 인도 견제 수위를 높인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또한 미중 간 긴장 고조 속에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중심의 생산 거점 다각화를 추진하며 인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BS는 "폭스콘의 직원 철수 조치는 서구 기술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생산 시설을 이전하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고, 인도와 중국 간 외교적 갈등 지속의 영향일 수도 있다"며 폭스콘뿐만 아니라 인도 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다.
인도 싱크탱크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는 "인도와 미국 간 무역 협정에 인도의 대미 수출 상품에 중국산 부품 및 원자재 사용을 제한하거나 줄이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스리바스타바는 "중국은 핵심 광물 수출 제한과 인도 제조 현장에서의 중국인 엔지니어 철수를 통해 (중국과의) 분리의 대가를 알리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인도의 대중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상기시키고 있다. 인도가 더욱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더욱 광범위한 혼란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인도의 대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142억 달러에 그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1.5% 증가한 1134억 달러를 기록했다.
992억 달러의 대중 무역 적자는 역대 최고치라고 BS는 짚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