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의에 대하여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판결문의 마지막 문장과 함께 오래 기억될 장면이 있었다.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가던 한 재판관의 차분한 표정과 단호한 목소리다. ‘
호의에 대하여(김영사·1만8,800원)’는 문형배 재판관이 편견과 독선을 경계하며, 평범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 성찰하고 기록한 120편의 글을 담은 책이다.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타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 사회는 변화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
우리는 대부분 ‘어쩌다’ 리더가 된다. 권위적 리더십을 기피하는 MZ세대가 승진을 꺼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동호회의 모임장부터 회사 팀장까지 누구나 예상치 못한 순간 리더의 자리에 선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의 신간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창비·1만3,000원)’는 동물들의 집단생활을 관찰하며 얻은 자연의 리더십과 소통의 지혜를 담고 있다.
다양한 생태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사회생활을 겪은 선배 리더로서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 양면의 조개껍데기
한국 SF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초엽 작가가 데뷔 8년 차를 맞아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래빗홀·1만7,500원)’로 돌아왔다.
이번 책에는 인간성의 본질을 다각도로 탐구하는 7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두 인격체가 한 몸 안에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빚어지는 갈등을 그린 표제작을 비롯해 인간의 주관적 해석의 한계, 설명하기 어려운 자아의 형식 등 복합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SF의 매력을 한층 확장한다.

▲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인간은 과연 이 날뛰는 야생마 같은 기술을 제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구의 주인 자리를 기계에게 내주게 될까?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동아시아·1만8,000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이 될 AGI가 불러올 변화를 예리하게 짚는다.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할 수도 있는 AGI의 등장이 임박했다는 전제 아래, 그 파급력과 우리가 맞닥뜨릴 윤리적·정치적·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기술적 기초부터 미래 시나리오까지 촘촘히 다루며, 우리 시대 사유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다.

▲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은 전쟁과 갈등, 재난과 위기의 소식으로 가득하다.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희망은 없다’는 냉소가 세계관을 잠식하고 있다면,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의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지베르니·2만2,000원)’를 만나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소비하며, 다시 재생산할 것인가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야기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권력의 작동 기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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