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평작가, 'Log 일지' 작품.
ⓒ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
[충북일보] 일상 속 작은 변화가 한 작품의 출발점이 됐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이시평 작가는 'Log 일지(Log Journal)' 작품에 대해 "시간성과 운동성, 관계의 작용과 같은 관념들을 조형예술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예 분야에서 상을 받은 이시평 작가는 학부에서 산업디자인를 전공하며 대형 공장의 기술적 공정을 배우고, 현상을 디자인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를 익혔다.
이후 부홀렉 형제(Bouroullec Brothers), 안드레아 브란치(Andrea Branzi) 등 하이엔드 제품에서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선, 섬세한 공예적 마감과 감수성이 깃들어 있다는 점을 발견하며 공예로 관심을 확장했다.
그는 공예를 단순히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보다는, 물질을 사유하는 태도이자 다양한 예술 형식과 매체에 접목될 수 있는 '속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Log 일지' 작품은 금속과 목재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반응을 '기록의 일지'로 표현하며, 재료의 시간성과 관계의 변화를 조형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레드오크 목재 위에 녹슨 금속을 반복적으로 굴려 녹이 스며들게 함으로써 칠흑 같은 색감을 구현했다.

이시평 작가가 관람객에게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김원영
이 작가는 일상 속에서 작업의 단서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공원의 나무 벤치에 앉아 쉬던 중 금속 나사 부분만 까맣게 변색된 것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오래된 금속이 목재 속 타닌(tannin) 성분과 반응해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였다"고 말했다.
이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옥 대문의 경첩에서도, 버려진 의자에 박힌 나사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며 "마치 목재와 금속, 서로 다른 두 물질이 변화하며 반응하는 은밀한 현장을 목격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우연한 관찰를 바탕으로 시작된 작품은 재료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작가는 여러 해외 논문을 참고해 레드오크 목재가 타닌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녹이 슨 금속과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여러 수종을 실험한 끝에 레드오크를 최종 선택했다.
이 작가는 "타닌 성분이 많을수록 금속과의 반응이 깊고 진하게 나타난다"며 "흔히 쓰이는 재료지만, 그 안에 숨은 고유한 물성을 탐구하며 독특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제 작업 방식"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에는 '소리'라는 청각적 요소도 더해졌다. 내부에 들어간 작은 쇳조각이 움직이며 나는 미세한 금속음이 관객에게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이 작가는 "기존에는 금속 소재를 용접할 때 의도치 않게 들어간 작은 쇳조각이 움직이며 짤랑거리는 소리가 작품의 결함처럼 느껴져 신경 쓰이곤 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그 소리를 작품의 일부로 활용하기로 했고,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쇳가루를 주입해 작품을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리를 착안할 수 있던 이번 시도는 과거의 의도치 않은 실수를 조형적 발상으로 전환하는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는 "이전에는 작품 내부의 쇳조각이 움직이며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작품의 결함처럼 느껴져 신경 쓰이곤 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그 소리를 작품의 결험처럼 느껴져 이를 활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작가는 시각예술뿐 아니라 '촉각적 경험'도 중요한 감각적 매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록 비엔날레 전시 특성상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손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며 "산화된 금속의 질감과 녹이 스며든 목재 표면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공예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평 작가는 이번 수상이 자신의 작업 방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이번 수상을 통해 앞으로도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며, 즐겁게 작업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지만 동시에 '공예란 무엇인가', '작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 전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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