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애플에 앱스토어 내 외부 결제 안내를 자유롭게 허용하라고 재차 명령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법원의 명령을 그동안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무슨 일이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 소속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30일(현지시간) 애플이 앱 개발사와 고객 간 소통을 방해해 사실상 인앱결제(앱스토어 내부 결제)를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한판결에서 “애플은 고의로 법원의 가처분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애플의 재무 부사장 알렉스 로만은 법정 선서 후에도 진실을 숨기기 위해 명백히 거짓말을 했다”며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 연방검사에게 애플에 대한 형사상 법정모독죄 적용이 적절한지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로저스 판사는 애플에게 즉시 ▶개발자들이 사용자와 소통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 것 ▶앱 외부 결제에 대해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징수하지 말 것을 명령하며 “이건 금지 명령이지 협상이 아니다. 당사자가 법원 명령을 고의로 무시하면 재시도 기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무슨 사건인데
이 재판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앱스토어 외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자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이에 반발한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 1심을 맡았던 로저스 판사는 2021년 9월 판결에서 애플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총 10개의 쟁점 중 9개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애플에게 “개발사들이 앱스토어 외부 결제 링크를 올리는 것만은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은 항소했고,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지난해 1월 원심이 확정됐다.

이날 재판은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새로운 소송에 따른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대법원 판결 이후 제3자 결제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설치를 허용하면서, 여기에 27%의 별도 수수료를 책정하자 반독점 소송을 재차 제기했다. 애플이 인앱결제 수수료(30%)와 유사한 비용을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법원 판결을 무력화했다는 것.
재판 과정에서는 애플이 앱스토어 내 외부 결제 링크 클릭 시 “개인정보 보호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위협(scare)’ 화면을 띄우는 등 앱 개발사와 소비자 간 소통을 방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로저스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 “애플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모든 단계에서 가장 반경쟁적인 옵션을 선택했다”며 “법원이 그러한 불복종을 용인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심각한 오산”이라고 썼다. 애플은 항소 의지를 밝혔다.
인앱결제 독주, 균열 갈까
에픽게임즈는 앞서 구글에도 동일한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이 구글 앱마켓 플레이스토어 개방을 명령하는 1심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에픽게임즈가 양대 앱마켓 운영사에게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모두 승소하자 그동안 유지됐던 인앱결제 체제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터포스트는 이날 “이 두 가지 판결은 스마트폰 시대 15년 역사상 앱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애플과 구글이 앱 스토어를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수백억 달러의 수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양대 앱마켓의 인앱결제 유도는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10월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 사업자로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인앱결제 방식을 강제했다며 구글 475억원, 애플 205억원 등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방통위 ‘2인 체제’에 대한 정당성 시비로 아직 해당 조치가 정식 의결되지 않고 있어, 국내 제재는 사실상 멈춰선 상황이다. 방통위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도 앱 마켓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앱 개발사들은 인앱결제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과도한 수수료(70.4%)와 결제 수단 선택 제한(8.9%)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