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국 e커머스(C커머스) 플랫폼 쉬인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한 C커머스 업체 중 공정당국 제재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쉬인을 운영하는 '패션 초이스 프라이빗 리미티드'에 대해 시정명령, 공표명령, 과태료 700만원 처분을 내렸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상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사건은 쉬인이 심사관 조치 의견을 수락하면서 약식 의결(서면 심의)됐다. 쉬인은 불복 소송 없이 자사 홈페이지에 해당 사실을 공표했다.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C커머스에 대해 공정위 제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사정 기관을 통틀어도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알리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분한 것이 유일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경 쉬인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를 담은 심사 보고서를 발송한 바 있다. 전상법 상 통신판매업자로서 지켜야 할 신고 절차 없이 국내 영업을 이어왔다는 혐의다. 쉬인은 현재 한국에 '쉬인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해당 법인이 전상법 상 통신판매업자로서 의무를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품 정책도 문제가 됐다. 쉬인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환불 시 반품 상품을 받은 후 영업일 기준 5일 이내에 처리한다'는 규정을 운영했다. 현행법 상 판매자는 소비자로부터 재화를 반환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환불해야 한다.
또한 쉬인은 특정 제품에 대해 반품·교환이 불가하다는 항목을 넣어 문제가 됐다. 구체적으로 쉬인은 지난 3월 28일까지 '바디수트·란제리·수영복·주얼리·속옷·이벤트·파티용품·애완동물 용품' 등에 대해 반품·교환이 불가하다는 정책을 운영했다.
쉬인은 지난해 4월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오프라인 팝업을 전개했으며 패션·뷰티 자체 브랜드(PB)를 각각 출시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쉬인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95만명이다.
다만 e커머스 업계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C커머스에 대한 첫 번째 제재가 이뤄졌지만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전자상거래법 외에는 C커머스를 제재할 근거나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매출액 자료, 시장 점유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규제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커머스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보호 및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규제의 적용 범위나 집행력 측면에서 해외 사업자가 실질적인 규제 집행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