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日처럼 15% 합의 근접… 韓·美 협상 ‘하한선’ 되나 [한·미 관세협상 연기]

2025-07-24

기존 상호관세 30%서 인하 전망 나와

美 관세율 기준 ‘최소 15%’ 설정 분석

블룸버그 “韓, 美 투자 펀드 설립 논의

日 먼저 무역 합의 이뤄 큰 부담 작용”

소식통 “韓 대미 투자액 4000억弗 제안”

日처럼 핵심 분야 추가 구매 포함될 듯

미국이 당초 30%의 상호관세를 매긴 유럽연합(EU)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합의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15%로 정해진 것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율 기준이 최소 15%로 수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한국에도 비슷한 결과지가 날아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관세를 낮추는 대가로 현재 25%의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은 한국에 수백조원의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EU 회원국의 대미 수출 상품 대부분에 대해 미국이 15%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괄적인 미국과 EU의 무역 합의안을 놓고 양측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EU에 부과하겠다고 지난 12일 예고한 30% 관세를 피하기 위해 15% 수준의 관세에 양측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EU는 항공기, 증류주,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에도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과 협상 이후 이런 내용으로 회원국들에 브리핑했다고 한다.

관세율 15%에 실제 합의가 이뤄지면 전날 미국과 일본이 발표한 무역 합의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현재까지 미국과 무역합의가 완료된 나라 중 가장 적은 관세율이 부과된 나라는 영국(10%)이지만 미국에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나라이고, 나머지 국가 중에선 일본이 가장 적은 15%를 부과받았다. EU도 15% 관세율을 책정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15%가 하나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일본, EU는 모두 대미 무역 적자 순위 10위권에 있는 경제 주체로, 한국에도 비슷한 관세율이 적용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를 낮추는 대신 미국은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펀드의 규모는 명확하지 않지만 수백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5500억달러(약 759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소식통들은 다만 협상은 아직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과의 협의 과정에 대미 투자액으로 4000억달러(약 548조원)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것과 같은 금액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대표단과의 막판 협상에서 이를 5500억달러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한국과의 협상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포함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일본이 보잉 항공기와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구매한 것처럼 한국도 핵심 분야에서의 추가 구매 약속을 포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대미 협상은 일본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블룸버그는 일본이 관세를 15%로 낮추고 자동차 관세도 총 15%로 인하한 무역 합의를 이룬 것이 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일본과 유사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자동차 대미 수출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정책 매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현재 독일 자동차는 일본 자동차에 비해 불리해졌다. 독일에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현대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 중국과의 무역 협상과 관련,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이 만나 오는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개최할 예정이다. 미·중 양국은 5월 제네바 회담에서 서로 100% 넘게 부과하던 관세를 90일간 각각 115%포인트씩 대폭 낮추는 잠정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