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미국은 경제 대공황의 공포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한 위기 속에서 ‘뉴딜정책’ 시행으로 미국을 일으켜 세운 ‘위대한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
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1932년~1945년 재임)에 성공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성공 뒤에는, 누구보다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일까?
그의 이름은 루이스 맥헨리 하우(Louis McHenry Howe). 흔히 루이 하우로 불린다. 1871년 1월 14일 태어나 1936년 4월 18일 사망한 루이 하우는 뉴욕 헤럴드 기자 시절인 1911년 루스벨트를 알게 되었고 1912년 뉴욕주 상원의원 재선을 준비하던 루스벨트가 장티푸스로 쓰러졌을 때 루스벨트를 도와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치 멘토 겸 전략가로 활약했다. 루이 하우는 루스벨트가 상원의원, 해군 차관보, 뉴욕주지사, 그리고 대통령 4선에 이를 수 있도록 그의 정치 생애 전반을 보좌한 숨은 조력자로 알려져 있다.
루이 하우는 인디에나 출신의 키 작고 얼굴에 상처투성이, 천식증까지 앓고 있던 병약한 모습이었지만 눈빛 만큼은 살아있는 민완기자였다. 그런 루이 하우를 루스벨트가 기억해 먼저 연락해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루이 하우는 루스벨트의 낙천적인 성향과는 달리 매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스벨트가 성급하게 행동하려 할 때 “노(No)”를 외치며 제지했기 때문에 ‘미스터 노맨(Mr. No Ma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루스벨트보다 11살 연상인 루이 하우는 루스벨트의 정치 매니저로서, 루스벨트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미스터 노맨’이라 불리며 루스벨트의 곁에서 20여년 간 그를 보필하며 루스벨트에게 끊임없이 ‘왜’를 물으며 위기의 순간마다 더 나은 선택으로 이끌었던 참모였다.
1921년 루스벨트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며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낙심하고 있을 때 각종 정치 행사에서 지팡이 대신 아들의 팔에 의지해 연설하는 모습을 연출해 신체 장애를 극복한 ‘강인한 리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후 192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루스벨트의 휄체어 연설을 기획해 ‘다시 돌아온 정치인’으로 각인시켰고 결국 1932년 대선 승리, 1933년 ‘뉴딜정책’ 성공 등으로 루스벨트를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다.
루이 하우는 루스벨트의 최측근이자 심우(心友)였으며, 루스벨트의 그림자이자 핵심 조력자로서, 그의 정치적 성장과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루이 하우는 공식직함을 갖지 않은 채 루스벨트 대통령의 모든 주요 결정에 관여했다고 한다. 초기 뉴딜정책, 미디어 대응전략, 내각 구성, 1936년 본인사망 전 루스벨트 대통령 4선 당선 전략까지 구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루이 하우는 ‘보이지 않는 2인자’로서 철저히 숨은 조력자 역할에만 충실했다.
얼마전 EBS 지식채널에서 루이 하우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어 루이 하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외 유명 포털 사이트에 루이 하우란 이름에 대해 모두 검색해 봐도 포스팅되지 않아 Chat GPT, Gemini, DeepSeek 등을 활용해 겨우 알아낼 정도였다.
그만큼 루이 하우란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숨은 조력자였다는 방증이다.
국내의 경우 숨은 조력자라면 비선실세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이들 비선실세는 결국 리더(대통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면 최순실(최서원)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건진법사, 천공 등이 떠오른다. 미국 트럼트 대통령의 경우 숨은 조력자는 아니지만 일론 머스크가 조력자로 한창 입에 오르내리더니 최근에는 서로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던 여느 대통령들과 달리 이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3일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기자들과 보다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루이 하우의 루스벨트 대통령의 대 언론정책이 연상되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할수 있도록 루이 하우와 같은 숨은 조력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비선실세 말고.
꼭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어느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루이 하우와 같은 존재는 필요할 듯.
글쓴이=시사뉴스 박성태 대기자

연세대학교 졸업 행정학 박사
전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국장
전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