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사람들
코로나란 이름의 역병(疫病) 확산으로 인해 신년회 자리도 취소하던 2021년 초 어느 날, 하준경 한양대 에리카 경제학부 교수에게 대뜸 문자 메시지로 대면 요청이 왔다.
만나뵙고 싶습니다.
발신자는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경기지사. 당시 이 지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반년 넘게 날 선 공방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창고지기(홍남기)는 곳간을 여닫을 권한이 없다”(2020년 6월 이재명)→“철이 없다”(8월 홍남기)→“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9월 이재명)는 등의 거친 언사도 오갔다.

정권 교체 여론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시기에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은 이 지사에게 차기 주자의 입지를 공고히 할 좋은 기회였다. 이를 위해선 정부 재정정책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수였다. 그러던 중 하 교수의 한 칼럼을 발견했다. 칼럼은 확장재정정책에 대한 얘기였다. 하 교수는 2019년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IMF 총재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집단자살 사회’라고 한탄했다.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며 “자살을 방치하는 재정 건전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과감한 정책전환 없이는 대한민국 이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본 이 지사는 바로 하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던 하 교수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무상 교복 정책을 펼쳤던 점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이재명은 일 하나는 잘 한다”는 이미지를 그에게 심어줬지만, 그를 도와 정치에 발을 담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지사와 하 교수는 만난 자리에서 서로의 경제관을 공유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만족한 이 지사는 하 교수에게 이같이 같이 말했다.
경쟁 주자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그를 영입하기 위해 눈독을 들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날의 만남을 계기로 하 교수는 이 지사를 물밑에서 돕게 된다. 이후 홍 부총리와의 토론에서 하 교수의 논리는 이 지사에게 치트키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지사는 하 교수 칼럼을 페이스북에 인용하며 홍 부총리를 겨냥해 “반박할 수 있으면 해보시죠”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