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최근 도입한 광고형 메시지 서비스를 둘러싸고 카카오와 문자메시지(SMS) 발송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특수한유형의부가통신메시징사업자협회(SMOA·특부가협회)는 지난 19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카카오를 신고하고 당국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특부가협회는 문자메시지 발송 업체들이 소속된 단체다.
협회는 카카오가 지난 5월 정식 출시한 ‘브랜드 메시지’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브랜드 메시지란 사전 마케팅 수신 동의 이력에 기반해 발송되는 광고형 메시지다. 별도로 친구 추가를 해야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기존 ‘친구톡’보다 동의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협회는 카카오가 광고주로부터 받은 전화번호를 카카오톡 계정의 전화번호와 무단 매칭하는 방식으로 이용자 동의 없이 일반 대화창으로 광고를 발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구 추가 없이 메시지가 전달돼 사생활 침해나 스팸 스트레스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규제를 하지 않을 경우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가 이런 행태를 따라 하게 돼 피해는 모든 이용자가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문자메시지 사업자가 불법 스팸 등 규제를 받는 반면 카카오는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며 “같은 서비스라면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업계 관계자)는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카카오는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브랜드 메시지가 문자 광고보다 소비자 신뢰도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한국광고학회 연구 결과를 지난 20일 자사 공식 브런치 채널에 게재했다.
엄남현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교수,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지난달 20~50대 소비자 400명을 조사한 결과, 카카오 브랜드 메시지는 신뢰성 부문에서 4.458점(5점 만점)을 받은 반면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는 3.722점을 받았다.
문자와 달리 발신자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채널 차단 등을 통해 수신 여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일각에선 표면적으로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우는 이 갈등이 결국 ‘밥그릇 싸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광고 수단이 문자에서 SNS 메시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신구 매체 간 힘겨루기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문자메시지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엄명숙 소비자시민모임 서울지부 대표는 “소비자 개인정보의 문제가 양측 싸움에 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날 브랜드 메시지에 대해 소비자 10명 중 7명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385명)의 75.4%는 메시지 수신 시 데이터가 차감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