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초등학생 아들이 고열 등 독감 의심 증상을 보여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A씨(43)는 깜짝 놀랐다. 일부러 문 열기 전 '오픈런'을 했는데도 20명 넘는 아동 환자와 보호자들이 와 있어서다. 이들 대부분은 독감 진료를 받으러 왔다. A씨는 "독감 유행이 심하다는 걸 실감했다. 학교에서도 한 반에 몇 명씩 결석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학령기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환자 수가 4주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해 이맘때의 14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겨울이 찾아오기 전 예방접종을 마쳐달라고 당부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6주차(11월 9~15일) 의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는 66.3명이었다. 42주차에는 7.9명에 불과했으나 43주 13.6명→44주 22.8명→45주 50.7명 등으로 4주째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유행 양상이 더 뚜렷하다. 올해 46주차 의심 환자는 1년 전 같은 기간(4.6명)의 14.4배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7~12세(170.4명), 13~18세(112.6명), 1~6세(105.6명) 순으로 많았다. 초·중·고교생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도 최근 4주간 증가세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독감 입원 환자 수는 43주 95명에서 44주 174명, 45주 334명을 거쳐 46주 490명으로 늘었다.
바이러스 검출도 환자 추이를 따라가고 있다. 의원급 외래 호흡기감염병 의심환자 검체 중 독감 바이러스 검출률은 43주 11.6%에서 46주 36.9%까지 늘었다. 지난해 이맘때 검출률(3.6%)의 10배에 달한다.

질병관리청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임신부·65세 이상 노인 등 독감 국가예방접종 대상자가 예방접종을 서둘러 줄 것을 강조했다. 이들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무료로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지난 9월 말부터 2025~2026절기 독감 국가예방접종이 이뤄지는 가운데, 18일 기준 1108만명이 접종을 완료했다. 다만 집단생활로 유행에 취약한 학령기 어린이(7~13세) 접종률은 47.2%(45주차 기준)로 낮은 편이다. 현재 주로 유행 중인 독감 바이러스는 A형(H3N2)이다. 일부 변이가 확인되고 있지만, "접종 중인 백신은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라며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이·임신부·어르신은 서둘러 예방접종을 받아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