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러시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할 수 있다며 위협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인사이더에 따르면 러시아 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 영토 대부분을 '완충 지대'(Buffer Zone)로 표기한 지도를 첨부하며 서방에 군사적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완충 지대는 상대국의 공격을 조기에 탐지하고 침투를 지연시키는 구역을 뜻한다. 이미 러시아는 쿠르스크, 벨로고드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을 완충 지대로 삼은 바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폴란드 접경지 일부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영토 대부분을 완충 지대로 표시하면서 “'반데라이트(Banderite; 반 러시아적 이념을 가진 정치 세력) 정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계속된다면 완충지대는 이런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광범위한 완충 지대를 제안한 데 대해 “러시아가 이 곳에 주둔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 550km에 더해 70~100km까지 더 점령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산 스톰섀도 등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순항미사일을 근거로 들었다. 스톰섀도의 사거리는 최대 560km에 달한다.
그가 제안한 완충 지대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전쟁연구소(ISW) 분석가들은 “메드베데프가 제안한 우크라이나 완충지대는 58만 7459㎢에 달한다. 반면 러시아군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4일까지 하루 평균 14.3㎢ 진격했다”며 “이 속도라면 러시아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약 91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또한 러시아에서 하루 평균 15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통계를 근거로, 목표 달성을 위해 러시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50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주장이 현실적이진 않지만, 이 같은 발언을 통해 협상안에서 영토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