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76〉첨단 복합기술과 국방 패러다임 전환

2025-05-29

2022년 2월 24일 발발해 3년여 간 지속되어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우리 군은 중요한 기회를 하나 놓치고 있다. 전쟁 현장에서 참상을 직접 보고, 어떻게 해야 우리는 그러한 참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것인가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방문이 참전의 예비 단계가 될까봐 만류한 일부 정치권의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첨단 기술이 재래식 무기체계와 조합되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직접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강력한 국방력을 갖춰야 평화의 꽃밭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가 아니던가.

국방은 실전 같은 합동훈련 등을 통한 노하우, 집단 협업 경험 축적이 절대적 중요성을 갖는 분야다. 그래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로 호환되지 않던 국가간 디지털 통신망을 정비하고, 수시 정보 공유와 병력 합동 전개 훈련을 맹렬하게 실시하고 있다.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 하면서 여전히 합동 훈련에 인색하다. 지금 줄이는 훈련은 후일 국민과 군인의 피로 갚아야할 빚이 될지도 모른다.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든 훈련에는 아낌없이 투자했으면 한다.

드론은 GPS 교란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지형, 관성 센서를 이용해 굳건한 생존력을 자랑한 신무기였다. 불과 수백달러면 구할 수 있는 민간용 드론을 약간 개조해 전차와 같은 수십억짜리 첨단 무기를 무력화하고 육군의 진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론은 전세의 정확한 파악, 소규모 병력의 확인과 공격, 적외선 카메라와 결합시 야간에도 임무수행 가능 등 기존 전투체계의 맹점을 한꺼번에 만회해 준 기술이 되었다. 향후 드론과 같은 저고도 공중 공격과 방어가 이전 전쟁 대비 21세기 전쟁의 중요한 양상임을 보여준 것이다.

스타링크와 같은 글로벌 위성네트워크와 지상의 전파망이 조합되면 상대방의 교란으로부터 상당한 방어력을 갖게된다는 것을 배운 것도 이번 전쟁의 교훈이다. 여기에 수시로 적의 통신망과 데이터망을 드나들며 정보를 교란하는 사이버 전력이 결합되니 총알과 포탄이 오고가는 재래전에 첨단 사이버, 전자전 양상이 공존하는 양상이 펼쳐졌다.

이번 전쟁은 하이마스 등 정밀 장사정 무기가 전통적인 포병 전력과 결합되면 전세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재차 확인한 계기도 되었다. 전통적인 화력전의 핵심인 155미리 포탄의 수요가 폭발해 나토가 이제야 포탄 공급능력의 부족을 깨닫고 생산 시설을 급히 확장하는 실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한 달에 소모하는 155미리 포탄이 20만~30만발에 달하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함을 뒤늦게야 깨달은 것이다.

전쟁 보급망과 에너지 핵심시설을 겨냥한 공격 양상도 이번 전쟁에서 두드러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초고압 변전소, 열병합 발전소 등을 집중 타격하여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언론보도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탄약고 등을 겨냥했다. 에너지 그리드를 소수의 발전소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재생에너지 등과 결합하면서 널리 분산해두는 것이 에너지 네트워크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전쟁이었다.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은 모든 가구에 전쟁과 재난을 대비한 매뉴얼을 배포했고, 유럽 각국은 징병체계를 점검하는 등 미래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가뜩이나 급감하는 병력자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복무 기간을 단축했으며, 첨단 전력 강화에는 뒤처져 있다. 현장에서 직접 전쟁을 수행할 병력의 급감을 바라만 보는 상황이다.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이 등장할 전투에도 대비해야 한다. 재래전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미래 전쟁에 우리는 지금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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