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벌고도 직원들 잘랐다”…25년차 은행원 해고 이유 보니

2025-09-05

호주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CBA)에서 25년간 근무해 온 은행원 캐서린 설리번(63)이 지난 7월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마지막 업무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AI 챗봇의 답변을 작성하고 테스트하는 일이었다.

5일(현지시간) 호주 언론 뉴스닷컴에 따르면 설리번은 “우리가 단순한 숫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해고는 은행 경영난 때문도 아니었다. 같은 회계연도에 CBA는 102억 5천만 호주 달러(약 9조 3천억 원)의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CBA는 당시 “AI 기반 보이스봇 도입으로 45개 직무가 불필요해졌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고객 상담 전화량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은행은 잘못을 인정하고 “오판이었다”며 해고된 직원들에게 복직을 제안했다.

CBA 대변인은 “직무 축소 판단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피해 직원들에게 원래 직무 유지, 은행 내 재배치, 퇴직 선택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금융 부문 노조(FSU)는 이를 “노동자들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미 신뢰는 무너졌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설리번은 복직 제안을 거절하고 퇴직을 선택했다. 그는 “제안된 직무는 기존과 다르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FSU 역시 “은행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포장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CBA는 AI 도입을 멈추지 않았다. 매트 코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AI를 활용한 금융사기·범죄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민 CEO는 “AI의 장기적 일자리 영향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직원들은 더 고부가가치 업무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주 중앙은행 총재 미셸 불록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AI로 인해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기업이 교육과 훈련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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