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서율의 조각모음]국민의힘에 남겨진 과제, ‘진정한 연결’부터 복원하라

2025년 6월 4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기나긴 추운 겨울을 보내고 혼란의 봄을 맞이해야 했던 국민의힘은, 좋든 싫든 하나로 뭉쳐서 총체적 난국을 돌파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당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다투기를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과 분노만을 안기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당원과 지지자분들은, 이번만큼은 더불어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차게 식은 마음을 애써 돌이켜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단일화 과정에서의 갈등과 각종 잡음들을 지혜롭게 수습하지 못했고 결국 뼈아픈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의 주요 사건들을 돌이켜보면, 다시 꺼내기조차 민망한 순간들이 많다. 목포에서 활동 중이던 어느 날, 한 동생이 다가와 어이없고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이번에 국민의힘 뽑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당이 도대체 왜 그래요? 뽑고 싶은데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누가 좀 말려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이야기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서로를 물고 뜯고, 손가락질하며 비난을 주고받는 모습들은 참으로 끔찍하고 암담했다.

대통령선거가 국민의힘의 패배로 끝이 나고, 거대 의석의 입법부를 비롯해 사법부와 행정 권력을 모두 손에 쥔 ‘이재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만나는 분들마다 깊은 좌절과 패배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이후에 국민의힘은 즉각 당 쇄신에 박차를 가했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무기력하고 지지부진한 모습만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더욱 큰 혼란을 마주하고 있다. 각종 범죄 혐의와 의혹에 휩싸여 있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법 위에 서고, 면밀한 검토도 거치지도 않고 세금을 쓰려는 무책임한 결정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약 30년간 정치를 했지만 국가 예산과 국가 부채비율도 모르는 데다 불법정치자금 등 부적절한 금전거래 의혹으로 얼룩진 이가 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되겠다고 나서는 모습들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며,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삶의 이정표로 삼아 나아가야 하며, 어떤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늠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정치와 권력이 도덕과 책임을 외면하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다시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지켜볼 것이다. 그렇기에 국민의힘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조직 재정비나 인적 개편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본질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이 부족한 부분은 분명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최근 당원과 지지자분들, 그리고 지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중에서도 가장 부족한 요소는 바로 ‘진정한 연결’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국민 사이의 연결, 당 내부 구성원들 간의 연결, 당과 당원 및 지지자들 간의 진정한 연결이 모두 느슨하거나 단절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다.

진정한 연결이 가능하려면, 먼저 ‘마음을 읽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심이 담긴 소통’이 필요하다. 진심이 담긴 소통 없이, 진정한 연결이 이루어질 리 없다. 하루에도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지는 지금, 보여주기식 언행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소통 행보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이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긴 소통을 바탕으로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진정한 연결을 위한 출발점은 허공에서 흩어지는 말이 아닌 존중과 경청, 그리고 실천이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묻고, 듣고, 연결해야 할 시간이다.

송서율/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2025.1.-현재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위원, 2023.3-현재 정책연구단체 Team.Fe 대표, 2024.7.-9. 국민의힘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