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팔려서 고민…삼성 '트라이폴드' 대박에 못웃는다 왜

2025-12-14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진 지난 12일 오전 8시, 직장인 정모(29)씨는 오전 반차를 내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강남’ 매장 앞에 줄을 섰다. 삼성전자의 첫 두 번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정씨 앞에는 이미 80여명이 대기 중이었다. 오전 9시30분,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 정씨 역시 모바일로 접속했지만 2분만에 먹통이 됐다. 정씨는 “물량이 많지 않다고 해 오픈런을 했고 온라인 구매에도 도전했다”며 “다행히 오전 11시20분쯤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4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갤럭시 Z 트라이폴드를 국내에 출시한 직후 초도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제품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흥행에도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기술력은 입증했지만, 판매가 늘어나도 남는 게 없는 구조라서다.

삼성이 이번에 트라이폴드를 내놓은 배경에는 ‘기술력 증명’이라는 목적이 컸다. 2019년 세계 최초로 한 번 접는 폴더블 폰을 선보였으나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 출시는 중국 화웨이에 선수를 뺏겼다. 지난해 9월 ‘메이트 XT’를 내놓은 화웨이는 1년 뒤인 지난 9월 2세대 제품인 ‘메이트 XTs’를 새롭게 내놨다. 삼성 입장에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에 노태문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은 지난 7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트라이폴드 폰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출시를 공식화 했다.

제품이 공개된 후 성능에 대해선 우호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화면 양쪽을 모두 안으로 접는 G자형 ‘인폴드’ 방식을 채택해 화웨이의 Z자형 ‘인·아웃 폴딩’(앞뒤로 접는 방식)보다 내구성을 강화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탑재해 메이트 XTs에 탑재된 화웨이 자체 AP(기린 9020) 성능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펼쳤을 때 두께 역시 화웨이(3.6㎜)와 유사한 3.9㎜의 초슬림 설계를 구현했다.

가격도 예상보다 낮게 책정됐다. 공식 출고가는 359만400원이다. 경쟁 제품 화웨이 메이트 XTs 512GB 모델이 1만9999위안(419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60만원 저렴하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지난 2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줄이고 줄여 어렵게 만든 가격”이라고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마진율이다. 트라이폴드 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고성능 AP가 들어간다. 여기에 메모리 가격 상승도 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계약 가격이 전년 대비 75%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메모리가 스마트폰 전체 부품 원가의 10~1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스마트폰 단가는 약 8~1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원가 부담이 있지만 가격을 너무 높이면 소비자가 안살 것 같으니 삼성이 여러 고민을 한 것”이라며 “마진은 많이 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국내 판매 호조세에도 추가 물량 확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 시장 점유율 확대와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유지를 고려하면 생산 확대가 필요하지만, 수익성 부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 국내 물량은 2000~3000대, 글로벌 물량은 2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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