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인 회동이었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깐부치킨 회동 이후 벌써 한달 넘게 흘렀습니다. 이달 들어 현대차 주가 상승에는 당시 회동과 맞물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공급받기로 한 협력이 최근 그룹 인사 이동을 계기로 피지컬 인공지능(AI)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대차그룹에서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개발을 주도하던 송창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지난 4일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에서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AI 시장이 개화하기 전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가장 활발하게 협력한 브랜드가 어딘지 아시나요? 다름 아닌 테슬라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테슬라가 전기차 산업의 대표 주자로 떠오르기도 전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스타트업 수준에 머무르던 시절이었다고 할 수 있죠.
테슬라, 3년 만에 엔비디아 기반 자율주행 SW 개발 후 ‘독립선언’
당시 상황을 놓고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빌리티 고객 공백의 엔비디아가 선택한 단 하나의 생명줄, 왜 현대차일까?’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과거에는 엔비디아의 추론용 GPU 이름이 드라이브 PX2였습니다. 테슬라는 2016년 시작된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데이터로 2019년 두 번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냅니다. 그게 바로 '네비게이트 온 오토파일럿(Navigate on Autopilot)’입니다.” 거의 10년 전에도 엔비디아와 완성차 업체 간 자율주행 기술 협력이 있었다는 얘기죠.

진짜 중요한 사실은 다음부터입니다. 김준성 애널리스트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라는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낸 테슬라가 (2019년) 그 스프트웨어(네비게이트온오토파일럿)의 완성을 공언하는 자리에서 또 다른 발표를 합니다. 이제 엔비디아걸 쓰지 않고 직접 설계한 녀석(반도체)를 쓰겠다는 발표를 하죠. 독립 선언을 해버린 겁니다.” 이후 자체 설계를 통해 차량용 연산 칩 HW3, 자율주행 데이터 연산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AI 슈퍼컴퓨터 ‘도조’가 탄생했습니다.
사실 지금 시점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관련 독자 기술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얘기입니다. 경쟁사인 구글 웨이모와 달리 라이다 부품 없는 비전 AI 중심의 자율주행 노선을 고집해오기도 했구요. 하지만 스타트업 단계였던 시절에는 외부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했을 겁니다. 머스크는 그때에도 엔비디아의 GPU가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겨줄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주목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엔비디아가 AI 생태계의 최정점으로 올라서기 훨씬 전에도 말이죠.
자체 개발 ‘도조’ 도입하더니…돌연 삼성과 ‘동맹’

그랬던 머스크가 지난해에 갑작스러운 선언을 다시 던집니다. 지난해 8월 엑스 계정에 “모든 경로가 AI6로 수렴된다는 것이 명확해져 도조를 종료하고 어려운 인사 결정을 내려야 했다”며 도조 개발 팀 해체를 공식화한 것이죠. 자체 개발로 탄생한 도조가 앞으로는 자율주행 연산에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입니다. AI6란 6세대격인 테슬라 설계 반도체로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센터 등 여러 어플리케이션에서도 모두 탑재가 가능한 반도체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이 AI6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택합니다. 올해 7월에는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 'AI6'에 대한 8년간 23조원 규모의 대형 수주를 했다는 공시가 나오며 증시가 들썩였죠.
급변하는 자율주행 시장서 엔비디아-현대차그룹 윈윈
이렇게 급변하는 자율주행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새로운 동맹으로 현대차그룹을 택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으로 글로벌 3위 완성차 그룹입니다. 1위 도요타, 2위 폭스바겐인데 도요타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추구하고 있죠.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시장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엔비디아로서도,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시급한 현대차그룹으로서도 GPU를 구심점으로 한 동맹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확보한 GPU 5만장은 데이터센터에 설치될 반도체입니다. 자율주행차에서 AI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전체 그룹의 자율주행 밸류체인의 최적화 관점에선 엔비디아의 영향력 확대는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물론 테슬라의 이 같은 행보가 현대차그룹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는 평가입니다.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자체적인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자율주행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의 흐름입니다. 바이두는 자사의 AI 반도체 설계 부문인 쿤룬신(Kunlunxin)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을 포함한 광범위한 AI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는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쿤룬 2세대는 7나노미터(nm) 공정을 적용하며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 처리 및 컴퓨팅 성능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한달 전 ‘깐부회동’ 이후 가시화된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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