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률 엇비슷 한화·롯데최다승수 확보 위한‘불펜 활용법’은 극과극
투구 안배 vs 3연투 총력전보법 다른 두 베테랑 사령탑누구 승부수가 통할까
트로트를 불러도, 발라드를 불러도, 헤비메탈을 불러도 가수는 가수다. 그러나 그들이 선율에 가사를 태우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가수가 무대에서 ‘창법’으로 호소한다면, 전투의 리더는 전장에서 ‘전법’으로 승부한다. 프로야구 그라운드에서도 모든 팀이 같은 규칙 안에서 경쟁하지만 싸우는 법은 저마다 다르다.
하위권에서 생존 경쟁을 하다 올시즌 벌떡 일어난 한화와 롯데는 비슷한 승률로 5월 마지막 주간을 맞고 있다. 25일 현재 한화는 31승21패로 승률 0.596, 롯데는 30승3무21패로 승률 0.588를 기록하며 반게임차 2,3위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은 한화의 안방 대전에서 주말 3연전을 벌이면서 계절 변화를 알리는 기온 상승에 열기를 보탰다.
롯데 김태형 감독과 한화 김경문 감독. 두 구단은 ‘경험’과 ‘경륜’의 새 리더십을 선택했고 기대한 방향대로 시즌 흐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팀이 올시즌 ‘엔딩 장면’에서 더 풍성한 스토리를 남길지 여전히 변수는 많다. 두 팀이 목적지로 설정한 가을야구 지점에는 차이가 거의 없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달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24일 현재 팀타율 0.289의 최강 타력의 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팀 평균자책은 9위(4.65)로 처진다. 빈약한 마운드 경쟁력으로도 상위권 싸움을 한 것이 도드라진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 3.28로 1위다. 팀타율 7위(0.248)로 타력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2025 버전’의 이기는 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24일 대전 맞대결에서는 두 팀 벤치 성격이 보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두 팀 마무리는 6-6이던 9회 나란히 등판했다. 9회초 먼저 마운드에 오른 한화 김서현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막은 뒤 스코어 변동 없는 연장 10회초 우완 김종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롯데 김원중은 9회를 막은 뒤 팀이 8-6으로 리드를 잡은 10회말에도 등판해 2이닝을 소화했다.
이날 경기만으로 두 팀 마무리의 시즌 ‘에너지 소모량’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 김원중은 올시즌 22경기에 등판해 24.1이닝을 던졌다. 김서현은 27경기에 등판해 26이닝을 던졌다. 마무리 등판하는 경기 흐름 형성 차이로 두 선수 등판 수치가 갈렸던 점 등 고려할 대목은 많다.
다만 시즌을 치르며 최대한 많이 이기기 위한 불펜투수 활용법은 다르다. 김원중이 올시즌 2이닝을 던진 것은 24일 한화전이 처음이다. 그러나 1이닝을 넘겨 던진 것은 6차례에 이른다. 반면 김서현은 올시즌 1이닝을 넘겨 마운드를 지킨 것은 지난 20일 울산 NC전 단 한 번뿐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부터 승산이 높아진 경기아면 기세 좋은 불펜투수 활용폭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쓴다. 전체 시즌 승률을 높이려는 올해 롯데 벤치의 계산법이다. 올해 불펜투수의 ‘3연투’ 역시 11회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반대로 한화는 올시즌 불펜투수의 ‘3연투’가 두 번뿐이었다. 3연투가 없는 LG와 삼성 다음으로 적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 등 한화 벤치의 베테랑 리더들이 ‘긴 호흡’으로 시즌 전체를 끌고 가려는 의도가 역력히 보이는 대목이다.

두 팀의 ‘불펜 전법’ 차이는 관련 수치로도 나타난다. 스탯티즈 기준 불펜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한화는 4.60으로 1.68의 롯데를 압도한다. 그러나 롯데의 구원투수들은 합계 성적 11승5패로 5승11패의 한화 구원 투수들보다 좋았다. 롯데는 외줄타기 불펜싸움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경기가 많았고, 한화는 선발투수들이 만들어놓은 흐름을 불펜투수들이 튼튼히 잘 지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록이다. 두 팀 불펜투수들의 팀 공헌 방법이 달랐다.
다른 경로로 가는 두 팀이 접점을 이루는 통로도 있다. 한화는 올시즌 역전승 1위(17승)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는 역전승 3위(11승)를 거두면서 역전패는 8패로 전체 3번째로 적었다. 두 팀에 생긴 공통점이라면 이전에는 없던 ‘뒷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