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자부에 13조 8000억 예산 배정…기후에너지부 신설작업
그러나 현장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여러 규제와 현실에 막혀
전북 등 호남권 송배전망 용량 한계 2032년까지 신규 허가 엄두 못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하려해도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게 한전 답
에너지고속도로 추진하려면 수도권과 전북 전력망 연결, 지산지소 문제 등 종합 대책 필요

정부가 전북 전력망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숙원 사업인 ‘에너지고속도로’ 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의 선결 조건은 지역 내부에서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가 사통팔달 공급망을 갖추는 것인데, 전북 등 호남지역은 여러 규제와 현실에 신규 발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강조한 '햇빛 농사(농가 태양광)'를 지으려면 최소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게 전북지역의 현 상황이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13조 8000억의 국가 예산을 배정하는 등 에너지에 올인하고 있다. 또 산자부에서 기후와 에너지 업무를 떼어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려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의 선결조건마저 갖춰지지 않으면서 발전사업자와 전기수요자는 물론 실무자들까지 신음하고 있다.
2일 한국전력과 전북특별자치도, 도내 각 자치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2013년에서 2023년까지 지난 10년 간 6배로 증가했지만, 실제 발전량은 그 절반인 3배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송전망과 배전망이 각각 14%와 22% 증가했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폭증하는데 전력망 확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발전설비와 송배전설비의 불균형은 결국 전북을 포함한 호남 전역의 접속 대기 전력 규모를 1.8GW로 만들었다. 원자로 2개와 거의 맞먹는 규모의 생산전력이 전력망을 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오는 2032년까지 전북의 태양광 발전 등 신규 신재생에너지의 추가 발전을 허가를 막았다. 호남~수도권 간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해 전력을 분전하기 전까지는 신규 신재생에너지 추가 접속도 어려워 기존에 사업자들 역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기도 하다.
한전 관계자는 “신규 태양광 사업을 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이것도 기존 송전설비 계획이 잘 해결됐을 때 이야기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엔 더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RE100 산단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상징하는 건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과 SK데이터센터 문제다. SK는 투자 인센티브로 200MW의 발전권을 얻었으나 계통 연결을 위한 송전선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무려 6년 간 모든 투자 계획을 진행할 수 없었다.
산자부는 지난 7월부터 전력망이 부족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전기를 보내지 못했던 지역부터 전력망 연결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호남권 전체 2.3GW 규모의 전력망 연결 물량을 발전 사업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이 조치는 발전허가를 받았지만, 전력을 송전할 길이 없어 대기 중이던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성격으로,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 근본대책은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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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고속도로
김윤정 kking152@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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