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영국도 유학 비자 단속 강화에 나섰다. 망명 신청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전국에서 반(反)이민 시위가 확산하면서다.
영국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이민 당국은 비자 만료일이 다가오는 유학생 1만명에게 “기한을 넘겨 체류하면 추방할 것”이라는 문자와 이메일을 발송했다. 또한 유학생과 그 가족 약 13만명에게 직접 접촉해 비자 기한까지만 영국에서 체류할 수 있다고 알렸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BBC에 “본국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도 망명을 신청한 상태로 수년간 체류하는 유학생들이 있다”며 “이들이 망명 신청자 숙소 등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학생 비자로 체류 중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당국이 칼을 빼든 셈이다. 지난달 21일 영국 내무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망명 신청자의 약 13%(1만4800명)은 학생 비자로 체류 중이었으며 이는 2020년에 비해 6배가 증가한 수치다. 파키스탄 출신이 57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가 뒤를 이었다. 전체 망명 신청자 수는 11만 108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 전역에서는 이민 반대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런던 외곽의 ‘난민 수용 호텔’에 머물던 에티오티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지난달 14세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반이민 정서가 급격히 확산했다. 지난달에는 수도 런던과 리버풀, 뉴캐슬 등 전국 각지의 난민 수용 호텔 앞에서 반이민 시위와 그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내무부는 1999년 제정된 이민·망명법에 따라 망명 신청자가 망명 절차를 밟는 동안 숙박과 최소한의 생계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영국 전역에서 약 210개 호텔이 망명 신청자 숙소로 쓰인다.
영국 정부는 2029년 총선 전까지 난민 수용 호텔을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쿠퍼 장관은 BBC에 “모든 난민 호텔은 완전히 폐쇄될 것”이라며 “신청자를 호텔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숙소에 머무는 인원 자체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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