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무산 10년 전 ‘권태기’ 극복하고 진짜 홈런타자로 각성한 최정, 그래서 더 빛나는 500홈런

2025-05-14

역사적인 500홈런 대기록을 세운 날, 최정(38·SSG)은 10여 년 전 과거를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소년 장사’로 불리던 신예 때부터 500홈런 새 역사를 쓰기까지 남다른 노력으로 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했지만, 그 역시 지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같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지 못한 것이다.

최정은 13일 기록 달성 후 취재진과 만나 해외 진출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후회한다. 외국에 가려고 노력은 했는데 여러 문제로 안 됐다. 지금 메이저리그 뛰는 선수들 보면 멋있고, 저도 나이가 더 어리면 한번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정은 2014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시기 부상이 겹쳤다. 허리와 목, 햄스트링 등을 차례로 다쳤다. ‘홈런 타자’로 한 단계 더 진화하기 위해 체격을 키웠는데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82경기 출장 14홈런에 그쳤다. 직전 2013시즌 28홈런을 쳤는데 반토막이 났다.

최정은 FA 잔류를 택했지만, 계속된 부상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2015시즌 81경기 출장, 17홈런에 그쳤다. FA 계약 첫해부터 제 성적을 내지 못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더 컸다. 지난해 스포츠경향 창간 인터뷰에서 최정은 2014~2015시즌 무렵을 돌이키며 “야구에 대한 권태가 왔던 시절인 것 같다. 2014시즌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고, 해외에도 갈 수 있는 여러 이슈가 있었다. 그때 많이 방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정은 최정이었다.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했고, 훈련하는 걸 가장 재미있어 했다. ‘노력하는 천재’ 최정의 방황은 길지 않았다. 부상을 온전히 털어낸 2016시즌 최정은 141경기에 출장해 40홈런을 쳤다. 데뷔 후 첫 40홈런이었다. 이듬해는 커리어 하이인 46홈런을 쳤다.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던 10여 년 전 권태기를 넘어서지 못했다면 지금의 최정은 있을 수 없었다. 슬럼프 극복 후 진정한 홈런 타자로 만개한 최정은 이후 쉬지 않고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30대로 접어들어서도 매년 30개 전후 홈런을 때렸다. 2021시즌 35홈런으로 생애 3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37세 되던 지난 시즌에도 37홈런으로 전체 3위, 국내 선수 중에는 KIA 김도영(38홈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해외로 나가지 못한 아쉬움은 끝내 다 털어내지 못했지만, 최정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빛나는 500홈런 기록을 세웠다. 정신적 슬럼프를 극복하고, 부단한 노력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한 결과물이 최정의 500홈런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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