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 전공의 30여명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회원 총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대위원이나 병원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 의사소통 구조를 문제 삼으며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년 4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전공의들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반기를 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광대병원 사직 전공의인 김찬규씨를 포함한 31명은 19일 박 위원장에게 공개 성명서를 통해 "오는 30일까지 총회 혹은 비대위 간담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총회·간담회를 통해 비대위의 활동 이력과 앞으로 계획을 공유할 것 ▶비대위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반 전공의들의 의견 개진 창구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상기 내용이 이행되지 않을 시 대전협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해 개인의 선택 및 이를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 탄핵 가능성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박 위원장에게 총회 개최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대전협의 불통 행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정 갈등 1년 4개월 동안 전공의 전체 의견을 듣는 대전협 회의는 한번도 열린 적 없다고 한다.
이들은 "그간 전공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날치기 의정 합의'가 없도록 노력해왔을 비대위원장의 노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모욕하게 되었으며, 선후배간 존경은 사라졌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자의 의견은 존중되지 못하였으며 일방적인 의사소통 구조는 개선되지 못하였다. 구성원들에게조차 정보는 제한되었고, 소위 ‘전쟁 포로’는 점차 늘어만 간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재 대전협의 의사소통 구조는 윤석열 정부가 보여줬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내부 소통에서 지금까지 비대위와 만남은 병원 대표만 가능했다"며 "평전공의들의 의견 전달 창구는 분절적이었다. 병원별 의사결정 과정은 민주적이지 못했고 공론의 장은 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으면서 음모론과 낭설에 휘둘리며 서로에 대한 불신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라면 의정 대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협의 가능성을 높이자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가 해결된다면 우리는 9월에 전부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