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의원 저격범'은 14세 소년…"무기, 미국서 밀반입"
"습격 당일 경호원 숫자 갑자기 축소"…피해자는 사경 헤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콜롬비아 야당 상원의원을 암살하려 한 저격범은 10대 미성년자이며, 미국에서 밀반입한 총기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현지 경찰이 9일(현지시간) 밝혔다.
카를로스 페르난도 트리아나 콜롬비아 경찰청장은 이날 "암살미수와 불법 무기 소지 및 사용 등 혐의로 조사 중인 시카리오(청부 살인업자)는 14세"라며 "그는 마약밀매범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사주받고서 피해자의 왼쪽 귀 뒤쪽 머리 부위를 향해 총구를 겨눈 채 총기를 발사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엘티엠포와 카라콜뉴스가 보도했다.
암살미수범은 '엘 옴브레 데 오야'(솥을 든 남자)로 알려진 인물에게서 정치인을 공격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콜롬비아에서는 '오야'라고 부르는 솥 또는 냄비 형태의 도구 안에 마약을 넣은 채 밀매하는 사례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콜롬비아 경찰은 또 범행에 사용된 총기류(9㎜ 글록 권총)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구매된 뒤 모종의 방법으로 밀반입된 것을 확인했다.
지난 7일 수도 보고타 시내의 한 공연에서 연설하다 총격받은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39) 상원 의원은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 야당(중도민주당) 소속인 그는 내년 5월 31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1년 가량 앞두고 5명 안팎의 당내 예비후보 중 1명으로서 지지세 모으기에 나선 상태였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습격 당일 이상하게도 우리베 의원 경호 인력이 기존 7명에서 3명으로 축소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며 "저는 당국에 그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적었다.
페트로 대통령은 또 "범행을 저지른 소년은 과거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 교육 대상자였는데, (그는) 어떠한 교육에도 참여하지 않은 채 결국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그만뒀다"며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결여돼 있었다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엘티엠포는 노동법 개정안 등을 반대하는 야당 지지자를 페트로 대통령이 적대시하며 혐오를 키웠다고 주장했고, 이에 정부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