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에 軍투입 '정치적 노림수'…"트럼프, '내부의적' 찾아"
우파의제로 지지층 단속…치안불안 자극해 무당층 흔들기
정책실패 논란엔 시선 분산…정적 뉴섬 주지사 때리기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군대를 동원한 데에는 복합적인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LA) 일원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추방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자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현지에서는 군대를 동원할 만큼 시위가 격렬하거나 치안이 위태롭지 않았다는 얘기가 일반적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은 시위가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밝혔고 지역 당국들도 시위 격화에 대처할 자체 역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이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 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1965년 민권운동 시대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이번 결단은 실질적 사유가 불분명하고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적 포석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단 정치적 동지이던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와의 결별, 과격하고 논쟁적인 정책에 따른 지지층 이탈을 단속하려는 선명성 강화가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좌파 세력의 가두시위를 용납하지 않고 대통령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응수하겠다고 밝혀왔다.
정권의 정체성을 떠받치는 공약 하나를 이번에 실행해 불법 이민자 척결, 법질서 확립 등 슬로건으로 나타나는 보수 의제를 시각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BBC는 이번 조치에 트럼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기뻐하고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은 공공안전에 대한 우려에 흔들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여주기식 군대 투입은 머스크와의 결별 파문,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에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은 극우 매체를 이용해 시선을 돌리는 데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분노, 공포를 조장할 '내부의 적'을 찾았다고 짚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엑스를 통해 "트럼프가 치유하거나 평화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는 상황을 악화하고 분열을 부추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세력을 적대적인 외국보다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이던 작년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적은 둘"이라며 "내부의 적은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정적으로 떠오른 진보의 아이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민규제 강화를 대의로 삼아 진보 아성인 캘리포니아에 시위를 진압할 군대를 동원한 것은 충격적인 공세로 비친다.
더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뉴섬 주지사와의 격렬한 경쟁에 다시 불을 댕겼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서부 지역의 산불 사태 때에도 캘리포니아주의 무능을 주장하는 등 뉴섬 주지사를 줄곧 비판해왔다.
뉴섬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싸움을 걸어오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는 "연방정부가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장악하고 LA에 병력 2천명을 투입한 이유는 법집행인력 부족이 아니라 저들이 거창하게 보여줄 것을 원한 데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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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