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욱 편집위원

절기상 처서(處暑)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폭염과 열대야로 잠 못드는 힘든 밤이 이어지고 있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기, 족욕, 적당한 운동 등 여름밤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방법들도 더위 앞에서는 별 다른 소용이 없다.
잠은 신체의 항상성 유지와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이고 학습 능력이나 기억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유리의 건강과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잠(수면·睡眠)은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를 말한다. 인체의 생명유 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 활동이 휴면 상태로 들어간다. 이를 통해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때 기네스북에 잠 안자고 오래 버티기가 있었다. 1964년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 이 부문에 도전해 무려 11일 1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버텼다고 한다. 이 학생은 잠을 자지 않고 3일째 되는 날 길거리의 간판들이 행인으로 착각하고, 4일을 넘겼을 때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풋볼 선수를 자기 본인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6일째에는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단기 기억상실증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인간에게 있어 충분한 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일례다.
한때 한국 수험생들 사이에서 4당5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하루에 네 시간만 잠을 자고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 입학에 성공하고, 다섯 시간 이상 잠 자면 대학 입학에 실패한다는 말로, 많은 수험생들이 잠에 쫓기며 공부에 내몰렸었다.
선천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체질이 아니라면 수면부족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질병 예방과 관련된 연구진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하면 감염에 대한 저항력 상실 등 면역력 저하, 기억력 상실 및 집중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신적 피로로 인한 우울증 및 불안 장애 증가,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잠을 자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4분으로 5년 전과 비교해 8분 줄었다고 한다.
국민 10명 중 1명은 잠자리에 누웠지만 제때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시간이 30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수면 장애로 불면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22년 기준 110만명에 달한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로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극심한 경쟁, 불안 등이 1순위로 꼽혔으며 대다수 직장인과 학생들은 업무와 학업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으로 유튜브 등 미디어를 시청하는 시간이 5년 전보다 갑절 늘었다. 이불 속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생활습관으로 고착화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성공한 기업가 중 많은 이들이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을 위해 노력하고, 잠은 스트레스 관리의 핵심이라며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에서도 충분한 수면을 취한 CEO가 그렇지 않은 CEO보다 더 나은 의사 결정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보인다고 했다. 수면은 휴식을 넘어서 뇌의 정보 정리와 창의적 사고의 토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침 잠이 많은 필자는 고등학교 자취 시절 아침 자율학습시간 이전에 등교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자명종 시계 소리가 보다 크게 나도록 양은냄비에 시계를 넣어 아침에 겨우 일어나서 등교했던 추억이 있다.
어서 더위가 물러나 포근한 이불 속에서 꿀잠을 자고 싶다. 잠을 잘 자야 좋은 꿈을 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