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 출생…자산 12억달러 부호
파산 위기 런던시티 인수 1년 만에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서 우승
여성 선수 위해 글로벌 투자펀드
“단순한 생존이 아닌 경쟁이 목표”
“전화와 메시지가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잉글랜드 여자축구 런던시티 라이오네스 구단주 미셸 강(65)이 BBC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으며 한 말이다. 그가 팀을 인수한 지 1년 반 만에, 런던시티는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했고 다음 시즌 여자슈퍼리그(WSL) 승격을 이뤘다.
BBC는 “2023년 12월 강이 구단을 인수했을 당시 런던시티는 파산 위기 직전이었다”며 “그의 전폭적인 자금 투입과 장기적 비전은 곧 기적을 현실로 바꿨다”고 전했다.
강은 BBC를 통해 “한때 이 팀에 오기를 주저한 선수들은 이제 먼저 연락을 보내 입단을 희망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말리기 전에 나는 먼저 뛰어드는 스타일이다. 대부분은 나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난 가능성을 봤고,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런던시티는 관중 9000명이 운집한 버밍엄전에서 2-2로 비겨 우승을 확정했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시선을 끈 인물은 다름 아닌 구단주 강이었다. 크림색 트렌치코트에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는 주장 코소바레 아슬라니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감독 조슬랭 프레셔르(전 PSG), 스포츠 디렉터 마르켈 수비사레타(전 스페인축구협회)를 영입한 런던시티는 이미 다음 시즌 WSL 경쟁을 위한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강은 “우리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경쟁을 목표로 한다”며 “승격 전부터 중상위권 수준의 전력을 구축하려 했다”고 밝혔다.
강은 자신의 뜻을 행동으로 옮겼다. 스웨덴 대표 아슬라니와 야콥손, 일본의 사키 구마가이, 바르사 출신 마리아 페레스 등 정상급 선수들이 런던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아슬라니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투자하는 여성 오너가 있다는 게 나에겐 결정적인 매력이었다”고 했다. 강은 훈련장 코브다운 파크에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에 부합하는 잔디구장 7개를 조성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프리미어리그 남자 구단보다 뛰어난 훈련캠퍼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강의 구단 운영은 ‘여자축구 독립 생태계’ 구축이라는 철학 위에 있다. 남자 구단의 하위팀이 아니라, 독립된 수익 구조를 갖춘 자립형 구단으로서 여자축구가 성장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는 뜻이다. 런던시티 외에도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 프랑스 명문 리옹을 보유한 그는 “각 구단이 서로의 모범 사례를 복제하면서 동시에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 간 그는 헬스케어 및 정보기술(IT) 분야로 성공한 기업가다. 포브스는 그의 자산을 약 12억달러로 추정했다.
2021년 워싱턴 스피릿의 경기를 처음 본 그는 “그날 추웠지만 경기의 역동성과 선수들의 집중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3년 만에 세계 3개국에 걸쳐 여자축구 구단을 보유하게 됐다.
2024년 8월 그는 여성 엘리트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을 개선하기 위한 5000만달러 규모 글로벌 투자펀드도 발표했다. 미국 럭비 국가대표팀에 올림픽 동메달을 계기로 400만달러를 지원했고, 미국 축구협회에도 향후 5년간 3000만달러를 기부할 계획이다.
전 첼시 감독이자 미국 여자대표팀 감독 에마 헤이스는 “그는 돈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쓰는 사람”이라며 “여자 스포츠가 폭발할 수 있는 분야임을 정확히 아는 사업가”라고 평했다.
강은 스스로를 ‘투자자’ ‘경영자’ ‘기부자’로 소개한다. BBC는 “지금 세계 여자축구계에서 그는 혁신가라는 한 단어로 불린다”며 “런던시티의 승격은 끝이 아니라, 그가 설계한 거대한 그림의 서막일 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