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머발레(Kammerballett)>의 무대는 하얀 원형 공간이다. 노란색, 주황색, 갈색, 검은색의 반짝이는 레오타드를 입은 8명의 무용수가 사각형 스툴과 함께 한 명씩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의 간격을 계산하듯 리듬에 따라 흩어지고 정지하고, 양편으로 스툴을 정렬하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이어간다. 둘에서 셋 다시 쌍으로 변해가는 안무는 피아노 음악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맞물려 매끄럽게 이어진다.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맹렬한 몸짓과 함께 사라지는 여성 무용수가 남기는 여운.
#“나는 음악을 위해 삽니다. 음악은 경이롭습니다. …자 시작하시죠, 마에스트로!” 나무의 그림자를 배경으로 지휘봉을 든 남자 무용수가 허공을 가르는 선을 그린다. 숲속 나무들이 바람에 반응하듯 무대 위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움직임이 더해진다. 그에 조응하듯 배경의 나무 역시 크고 무성해지고 무용수들의 앙상블은 음악과 맞물려 폭발하듯 퍼져간다. 자연의 철학이 깃든 교향곡을 컨템포러리 발레로 표현한
서울시발레단은 ‘한스 판 마넨×허용순’을 30일부터 11월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컨템포러리 발레의 거장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Kammerballett)>와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안무가 허용순의

<캄머발레>는 지난해 10월 서울시발레단이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Kammer(작은 방)’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한정된 공간에서 무용수들의 정교한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스 판 마넨은 무용수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흐름과 무대 위 긴장감을 중요시하는 안무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절제 속에서 무용수 개개인의 내면이 춤을 통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은 카라 카라예프,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존 케이지의 피아노곡을 바탕으로 펼쳐진다. 서로 다른 시간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음악이 정교하게 짜여진 안무와 맞물려 깊은 인상을 남긴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출신 김지영 무용수가 지난해 특별 출연에 이어 올해는 지도자이자 출연자로 참여했다.

허용순이 지난해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발레단에서 초연한
이번 공연은 한국 발레 해외 진출 1~3세대를 대표하는 허용순, 김지영, 강효정 세 사람이 각각 안무가, 지도자, 출연자로 한 무대에 서 관심을 모았다. 허용순 안무가는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서울시발레단과 첫 작업이었는데 무용수들이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공연을 앞두고 긴장이 안 됐다”면서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에 다가오는 컨템포러리 발레를 통해 가슴이 꽉 찬 기분,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