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가 27일 이번 대통령 선거 유력 세 후보 캠프 참모를 모아 연 '과학기술·ICT 공약 토론회'는 관련 업계 종사자나 연구자 뿐 아니라, 일반 관심있는 유권자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선이 이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화두에 휩싸인 때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 혁명 한복판에서 가늠키 힘든 불황과 성장동력 상실, 인구고령화와 인력 구조 변화, 혁신과 성장이란 국민적 갈망이 바로 이 분야 답에 담겨 있는 까닭이다.
지난 26일엔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측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한국 대표를 만나 새정부의 AI 정책 방향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후보들은 100조원이란 AI투자액을 넘어 실질적으로 AI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 양태와 그에 대한 정부 대처법을 찾으려 애썼다.
이번 과학기술·ICT 토론회도 이같은 새정부의 고민 지점부터 찾아가는 자리였다. 국민들과 토론회 참석자들이 가진 거대한 궁금증을 단박에 풀어주진 못하더라도,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 상태에 맞는 발걸음 방향이라도 찾아졌으면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인 셈이다.
이날 각 캠프 담당자들은 여전히 '거대담론'에 집중했다. 숫자를 앞세운 계획의 구체성을 드러내고자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과학기술과 ICT를 생업으로하는 연구자·종사자들은 이런 거대 주제를 자신과는 동떨어진 일로 받아들인다. 직접 참여하진 못했지만, 우리 과학기술과 ICT의 '쓸모'를 생각하는 국민들도 글로벌 몇위 같은 수사적 목표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현재 일상이 팍팍하고 다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비정규직, 하루 영업해 한달의 임대료를 고민해야하는 자영업자, 당장 내일의 진로도 찾기 어려운 학생들, 다음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이 더 깎이지나 않을지 고민하는 연구자들이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AI 100조원 투입' 'AI인력 20만명 양성' 같은 구호에 들썩일 겨를이 없다.
대계(大計)는 세워야 한다. 그렇더라도 대계까지 이르는 당장의 경로 또한 시급하고 중요하다. ICT로 각 분야를 혁신해 당장 국민의 고단한 삶을 변화시키는 노력, 과학기술이 오늘의 국민 안전과 삶의 편리를 가져올 구체적이고 상세한 계획, 이런 것들이 오히려 간절한 시기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ICT 약속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동력이 되길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