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을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원장이 '승계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회장 인선과 이사회 구성을 앞둔 금융지주들의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 원장이 이사회 구성과 승계 절차까지 언급하는 것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관치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의 투명한 승계 시스템과 독립적인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조했다. 경영승계에 대한 기준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CEO 승계는 개별 금융지주의 내부 인사 문제가 아닌 금융시스템 안정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이 원장은 내·외부 후보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승계 절차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후보 검증 과정이 현직 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경우 이사회가 본연의 견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이어 "사외이사는 상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7월 23일부터 독립이사로 변경될 예정"이라며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와 함께 사외이사 임기 차등화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갖춘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IT 보안 및 금융소비자 분야의 대표성 있는 사외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 원장 "회장 연임 욕구 과도"···TF서 개선방안 논의
이 원장은 지난 1일 열린 출입기자단 기자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를 거론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들러리 후보를 세우는 것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연임 과정에서 이사회와 회추위가 실질적인 검증 기구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원장은 "왜 그럴까 들여다보니 기존 회장들이 연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것 같더라"며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문제가 거버넌스 건전성 염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장 개인의 연임 의지가 이사회 구성과 승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지배구조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발언이다.
금감원은 이 원장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달 중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다. TF는 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와 이사회 구성·운영 전반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기구로 운영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아직 자세한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단순한 실태 파악을 넘어 감독 기준을 재정비하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TF는 감독·검사 부서와 지배구조, 법률 전문가들이 참여해 회장 승계 기준과 이사회 운영 관행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임이나 3연임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실제로 작동했는지 여부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금감원은 TF 논의를 통해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의 주주 추천권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 점도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원장이 언급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은 사실상 국민연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이미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역할이 이사회 구성 단계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들은 내년 초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둘러싼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선임되는 사외이사가 현 회장의 우호 인사로 해석될 경우 이사회 독립성 논란이 곧바로 불거질 수 있어서다. 과거처럼 임기만료 사외이사를 관행적으로 교체했다가는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떨쳐내기 어렵다.

경영 자율성 위축 우려 VS 원론적 문제제기일 뿐
금융권 안팎에선 관치 논란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감독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 방향까지 가이드할 경우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회장 인선 과정에서 이사회가 독립적인 판단보다 당국의 시선을 의식하게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감독 메시지가 특정 시점의 이사회 구성과 인선 판단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은 부담스럽다"며 "당국의 시선을 의식한 소극적인 의사결정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원장의 발언이 곧바로 관치로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정 금융지주를 직접 지목하거나 개별 인선 과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금융지주 전반의 승계 구조와 이사회 역할에 대한 원론적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다. 금융지주 회장 승계와 이사회 독립성은 인가 요건과도 맞닿아 있는 사안인 만큼, 감독당국 수장이 공공성 차원에서 원칙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융회사의 인가 조건에 CEO 적격성 요건이 포함돼 있는 만큼 감독당국 수장이 원론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문제될 건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특정 회사를 지칭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거나 개별 인선 과정까지 언급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내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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